어린이책 TV홈쇼핑 “쇼호스트만 믿고 샀다간 장식용 돼요”

입력 2006-03-10 03:12수정 2009-09-3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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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홈쇼핑에서 어린이책을 판매하는 장면. 전문가들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살 수 있는 홈쇼핑의 장점을 살리려면 부모가 미리 책에 관한 상세한 정보를 수집해 자녀에게 맞는 내용인지를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 제공 GS홈쇼핑
주부 김미영(32·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 씨는 6개월 전 TV 홈쇼핑에서 어린이 과학책 40권 세트를 15만 원에 샀다. 시중가보다 40%가량 싼 가격이었다. “쇼호스트가 전해 주는 정보도 솔깃했고 할인 폭이 커서 ‘돈 버는 심정으로’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김 씨의 네 살 난 아들이 지금까지 읽어 달라는 책은 40권 중 4권뿐이다.

“세트 중 몇 권 말고 다른 책엔 관심이 없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하나씩 골라서 사줄 걸 하는 후회도 들어요. 하지만 아이가 크면서 한권 한권 읽어 나가지 않겠어요?”

TV 홈쇼핑을 통해 어린 자녀를 위한 책을 구매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전체 어린이 책 시장에서 홈쇼핑이 중요한 판매수단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최근 홈쇼핑 판매 도서 중 80% 이상이 어린이책이고, 출판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홈쇼핑을 통한 매출액은 계속 늘고 있다.

S출판사의 경우 홈쇼핑 판매에 처음 뛰어든 2003년 홈쇼핑 매출액이 42억 원이었는데 지난해엔 150억 원으로 급증했다.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비룡소 관계자는 “방송 한 시간 만에 (그 책으로) 한 달 동안 오프라인에서 얻는 매출액의 반을 올릴 때도 있다”고 전했다.

아동문학가 김율희 씨는 “바람직한지 여부를 떠나 홈쇼핑은 이미 어린이책 유통구조의 대세가 됐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로서는 책값 할인 폭이 정가 대비 최대 40%에 이를 정도로 크다는 게 홈쇼핑 구매의 매력이다. 책마다, 방송국마다 다르긴 하지만 통상 홈쇼핑 회사(방송국)가 가져가는 마진은 정가 대비 20%가량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6만 원에 팔리는 정가 10만 원짜리 전집의 경우 홈쇼핑 회사가 2만 원을 가져가는 것.

구매와 교환, 환불을 집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TV 매체를 통해 책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만 책의 상품적 특성, 그리고 업체 간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홈쇼핑에선 한 번에 40∼50권씩 세트로 대량판매를 하는 만큼, 엄마들이 꼼꼼하게 책을 고를 여지없이 ‘살 것이냐, 말 것이냐’만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출판문화위원회 김미자 연구원은 “많은 책을 한꺼번에 아이에게 던져 주면 분량에 압도된다”면서 “아이들이 책에 흥미를 갖기 전에 부담부터 지게 되고 결국 책을 진정으로 즐기기 힘들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문현주 상담실장은 “부모가 자녀에게 맞는 책을 신중히 골라 줄 때 바른 독서 지도가 가능한데, 홈쇼핑은 피상적인 느낌으로 책을 구매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어린이책에 관한 정보를 나누는 엄마들의 모임인 어린이독서도우미클럽(club.yes24.com/jrbook) 회원들은 최근 정기모임에서 홈쇼핑 도서 구매를 주제로 토론했다. 안영진(31) 씨는 “내용의 우수성이 담보됐고 어느 정도 입소문도 난 책이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면 홈쇼핑 구매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책의 내용을 따져 보지 않고 무조건 구입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숙(38) 씨는 “좋은 책이란 엄마에게 좋아 보이는 책이 아니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라고 밝혔다. 나명혜(35) 씨는 “신문 자료나 인터넷 리뷰, 주변 엄마들의 독서지도 체험 등을 참조해 아이가 즐겁게 읽을 만한 책을 먼저 고른 뒤 그 책을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구매하는 수단을 찾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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