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7>得蛭呑之(득질탄지)

입력 2006-03-10 03:11수정 2009-10-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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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야기다. 한식에는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 초나라 혜왕이 한식에 차가운 음식을 먹다가 그 속에 거머리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 사실을 말하면 음식을 만든 사람이 처벌을 받을 것이 분명했으므로 혜왕은 아무 말 없이 거머리가 섞인 그 음식을 먹어 버렸다. 이를 알게 된 요리사가 얼마나 왕을 위하여 충성을 다 했을 것인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得蛭呑之(득질탄지)’라는 말이 나왔다.

‘得’은 ‘얻다’라는 뜻이다. ‘척(척)’은 일반적으로 ‘두 사람’을 뜻하는 ‘두 인 변’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람 인(인)’자가 중복된 것처럼 보여서 그런 것일 뿐, 원래의 의미는 아니다. ‘척’의 원래 의미는 ‘조금 걷다’라는 뜻이다. ‘得’에 나오는 ‘日(일)’은 원래 ‘貝(패)’였는데 그 모양이 변한 것이다. ‘貝’는 ‘조개’를 뜻한다. 고대 중국에서는 조개껍데기를 화폐로 사용한 적이 있으므로 ‘貝’는 자연히 재물을 나타내게 되었다. ‘日’의 아래 부분은 ‘손으로 줍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得’은 원래 ‘걷다가 재물을 줍다’라는 뜻이 된다. 이로부터 ‘得’은 ‘얻다’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蛭’은 ‘거머리’라는 뜻이므로 ‘得蛭’은 ‘거머리를 얻다’라는 말이 된다. ‘呑’은 ‘삼키다’라는 뜻이고, ‘之’는 ‘그것’이라는 뜻이므로 ‘呑之’는 ‘그것을 삼키다’라는 말이 된다. 따라서 ‘得蛭呑之’는 ‘거머리를 얻었으나 그것을 삼켜 버렸다’라는 말이 된다.

훌륭한 정치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훌륭한 경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이도 역시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에도, 큰일을 하는 데에도 좋은 사람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을 얻으며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떠나지 않는가? 그 방법 중의 하나는 상대를 이해하고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得蛭呑之’-초나라 혜왕은 이를 위하여 거머리도 먹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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