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마크도 소프트웨어로 승부” 에버랜드 女디자이너 3人

입력 2006-03-09 03:00수정 2009-09-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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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이솝우화를 놀이공간으로 풀어놓은 에버랜드 테마파크 디자이너들은 “늘 상상력을 키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왼쪽부터 김지희 진현주 강혜진 씨. 사진 제공 에버랜드
만약 이솝우화의 이솝이 살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화 속 토끼와 거북은, 시골 쥐와 서울 쥐는, 개미와 베짱이는 또 어떨까.

에버랜드의 테마파크 디자이너인 강혜진(35) 진현주(29) 김지희(28) 씨는 수백 번씩 이솝우화를 읽고 나서 이들을 ‘눈에 보이는’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로 만들어 냈다.

올해로 개장 30주년을 맞은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가 지난해 말 4000평의 부지에 선보인 신규 놀이시설인 ‘이솝 빌리지’가 그것이다.

이들은 “이제 테마파크의 승부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공간 속에 이야기를 담는 ‘스토리 텔링’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야기를 형상화하다

이솝 빌리지 앞에 다다르자 동심(童心)이 절로 일었다.

분홍 연두 연노랑 등으로 칠해진 나지막한 돌담과 수백 년 된 듯한 고목, 마치 빵과 치즈로 만들어진 것 같은 뾰족 지붕 집들….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소재를 가공하는 에이징(Aging) 기법을 사용한 조형물들이다.

강 씨는 “이솝 빌리지의 시대 배경을 17세기 유럽으로 삼았다”며 “고대 그리스 우화작가인 이솝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발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발명가 할아버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테마파크 디자이너는 이처럼 시대 배경과 캐릭터를 설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건물 인테리어와 심벌, 놀이기구, 축제 의상과 이벤트 등을 모두 디자인한다.

산업디자인(강혜진), 조소와 시각디자인(진현주), 그래픽 디자인(김지희) 등 20여 명의 에버랜드 디자인실에 다방면의 디자인 직종이 한데 모여 있는 이유다.

1976년 자연농원으로 개장한 이래 ‘제트열차’라는 이름의 롤러코스터(1976년), 호랑이 사파리(1980년), 눈썰매장(1988년), 캐리비안 베이(1996년) 등 국내 테마파크의 ‘하드웨어’ 역사를 써 온 에버랜드의 요즘 관심은 온통 놀이공간의 ‘소프트웨어’에 쏠려 있다.

○“방문객에게 말을 걸어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헌책방을 다니며 옛날 이솝우화를 구했죠. 아무도 이솝을 본 적이 없으니까 우화 속에서 상상력을 얻어야했어요.”(진현주)

이솝 빌리지의 놀이공간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다.

어린이 방문객들이 진공청소기로 공을 빨아들이고, 대포로 쏘기도 하는 체험형 놀이공간인 ‘볼(ball) 하우스’는 이솝우화 속 개미와 베짱이를 소재로 했다. 개미는 ‘앤지’, 베짱이는 ‘고퍼’라고 이름 지었으며 개미가 더운 여름날 힘들여 모은 곡식은 공으로 만들었다. 볼 하우스에는 커다란 개미와 베짱이 모형도 만들었다.

이들은 또 각 우화를 커다란 책 모형으로 만들어 책 속 그림을 누르면 성우가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도록 했다. 자주 여행을 떠나고 글쓰기를 즐기는 발명가 ‘이솝 할아버지’의 방에는 낡은 트렁크와 깃털 펜도 두었다.

김 씨는 “사람들은 점차 공간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속에 빠져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용인=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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