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입술에 립스틱 바른다고…” 클라크 공보지침서 화제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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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입술에 립스틱(Lip-stick on a Pig).’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토리 클라크(여·사진) 전 공보담당 차관보가 최근 펴낸 공보지침서가 화제다.

‘돼지에 립스틱을 바른들 돼지는 돼지일 뿐이다’라는 격언에서 제목을 딴 이 책의 핵심은 아무리 꾸미고 감추려 해 봐야 ‘돼지는 돼지일 뿐’이라는 것.

즉 정보화 시대에는 모든 정보가 언젠가 새기 마련이며 따라서 먼저 고백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는 충고를 담고 있다.

이 책을 서평란에 소개한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과 부시 행정부를 위해 일했던) 관록 있는 공보관이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인 언론 관계를 역설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했다.

저자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정치인, 고위 관리와 군인, 기업 임원, 세일즈맨 등 언론에 노출되거나 대중과 접촉하는 모든 직업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클라크 전 대변인은 이 책에서 존 매케인(공화당) 상원의원의 공보비서관으로 있던 1980년대 자신이 실제로 체험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매케인 의원은 출신 주인 애리조나 금융업자의 민원을 전달하려는 좋은 의도에서 금융감독기관 공무원들을 만났다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샀다.

하지만 그는 발뺌하는 다른 의원들과는 달리 직접 언론에 나서 ‘불찰’을 사과했다. 그리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기자들의 마지막 전화 한 통까지 직접 받으며 적극 대응했다. 이런 태도가 오히려 언론의 신뢰를 얻어 전화위복이 됐다는 것.

클라크 전 대변인은 이 사례를 소개하면서 “정보화 시대에는 비밀을 지키기 어렵고 따라서 타격이 심하다 할지라도 진실만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과 24시간 뉴스, 온갖 종류의 출판물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 같은 시대엔 공적이건 사적이건 삶의 구석구석까지 비추는 빛을 피할 수 없다”면서 “한마디로 숨을 데가 없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책이 “적어도 최근 사냥총 오발사고를 내고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던 딕 체니 미 부통령에게 적절한 충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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