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사, 82년 입던 옷 벗어던지다

입력 2006-03-07 03:09수정 2009-09-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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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삼양라면 만드는 데죠?” “아뇨.” “그럼 최루탄 만드는 회사(삼양화학)인가요?” “…….” 이쯤 되면 삼양사 직원들은 기가 막혀 할 말이 없다. 이런 사례도 있다. 1989년 삼양식품에서 라면에 공업용 기름을 썼다는 ‘우지(牛脂·쇠기름)파동’이 일어났을 때(나중에 무죄로 밝혀졌다) 엉뚱하게도 삼양사에 “건물을 폭파하겠다”는 협박전화가 걸려왔다. 삼양사를 주력으로 하는 삼양그룹 직원들이 가장 속상할 때는 이처럼 다른 회사와 헷갈려하는 것이다. 이름이 비슷한 데서 생기는 오해. 하지만 그만큼 사세(社勢)가 위축됐다는 걸 말해준다. 그 삼양그룹이 달라지고 있다.》

○ 돌다리도 두드려 가다 보니

삼양사는 올해 82세다. 1924년 태어났다. 나이 많은 걸로 따지면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창업주는 고 수당(秀堂) 김연수 선생.

창립 초기 간척 개간사업, 농장경영, 면방적사업 등으로 근대화의 초석을 놓은 회사다. 1950년대 이후에는 식품, 화학, 섬유, 의약, 무역 등에 치중해 왔다. 현재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양사를 포함해 9개의 계열사가 삼양그룹을 이루고 있다.

삼양그룹은 ‘성장’보다 ‘안정’만을 추구해 왔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신중하다 보니 발전이 더뎠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후까지만 해도 최고 수준의 기업이었으나 지금은 재계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 조직문화도 바꾸고 해외 M&A도

김윤 삼양사 회장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주역은 창업 80주년인 2004년 최고경영자(CEO)로 나선 오너 3세 김윤 회장.

김 회장은 먼저 정체된 사내 문화를 바꿔나갔다.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으로 그룹의 얼굴을 새로 알렸고 언론매체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지난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25명 가운데 15명(60%)을 여성으로 뽑았다. 남자보다 여자 신입사원이 많은 것은 회사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 그동안 여성 신입사원 채용비율은 10%대였다. ‘혁명’이라는 말이 나왔다.

실무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중간관리자인 팀장과의 만남을 정례화했다. 젊은 인재들의 창의력과 감각을 익히기 위해 사원에서 과장까지로 구성된 ‘사원 이사회’도 두 달에 한 번씩 열고 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공격 경영도 눈에 띈다.

2004년 한국하인즈의 가공유지 부문을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제조업체인 아담스테크놀러지를 인수해 정보전자소재산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최근 임원회의에서 김 회장은 “2010년 매출 6조 원 달성을 위해서는 M&A가 큰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M&A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환 삼양사 부사장은 “그동안 내실 경영으로 힘(내부 유보금)을 비축해 왔다”며 “화학 식품 의약을 축으로 새로운 성장사업에 적극적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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