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소니 “실패는 없다”-야마하 “무엇을 위해…”

입력 2006-03-06 03:00수정 2009-10-08 12:55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일본 산업디자인을 대표하는 두 기업 소니와 야마하. 전자제품(소니)으로, 악기(야마하)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이지만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제조전문회사이고 디자인을 중시한다는 점, 기술 혁신을 거듭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영 방침은 디자인과 기술의 세계 표준화를 선도하는 제품 개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두 회사의 디자인센터장을 만나 서로 같고도 다른 철학을 들었다. 두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도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정신,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개발이 회사의 핵심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 소니,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

소니의 디지털카메라. 디지털 첨단 기술을 선도해온 소니의 심플 디자인 매력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사진 제공 소니

일본 도쿄의 시나가와구에 있는 소니 디자인 스튜디오는 외부와 단절돼 있다. 기업 역량의 70%가 디자인 기술에 있다고 할 만큼 핵심 경쟁력으로 꼽고 있는 디자인 연구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소니사의 디자인 연구소를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왜 한국 신문이 우리 디자인 연구소에 관심을 두느냐”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어렵사리 성사됐지만 담당자는 디자인 연구소와 디자이너를 외국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먼저 소니 디자인 스튜디오의 다카시 아시다 크리에이티브 센터팀장을 만났다. 스튜디오 조직도마저 ‘보안’이라며 공개하지 않던 이들의 다소 이례적인 환대에 처음부터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소니 디자인의 핵심 기술은 뭔가요?”

뜻밖이었던지 그는 “‘비밀’이 답”이라고 응했다. 그리고는 “우리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창업정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에 결례를 무릅쓰고 좀 더 노골적으로 물었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다 보니 실패한 디자인도 나오는군요. 베타맥스라든지, 마비카 디스크나 CDR캠코더 등….”

역정을 내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그는 크게 웃더니 더 가까이 다가와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실패란 없죠. 다만 앞서 나갔을 뿐입니다. 제품의 디자인과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는 데 비해 실생활이 못 따라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다카시 팀장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앞선 디자인은 인간의 시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간이 흘러 조로(早老)한 제품을 다른 사람들이 실패했다고 말하는 거죠.”

그는 머뭇거리다가 가방에서 ‘대외비’라고 적힌 문건을 보여 주었다. 특정 제품의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 다른 제품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그림이었다.

실패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됐다고 여겨졌던 제품들의 핵심 기술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디자인과 성능으로 되살아나 있었다. 마비카 디스크는 메모리 스틱으로, 베타맥스는 블루레이기술로 한 단계씩 또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소니의 제품은 선구적인 기능과 편리성,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 개성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준다”며 “이런 디자인 철학이 소니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야마하, 전통적 가치관으로 악기를 재창조

야마하의 ‘사일런트 첼로’. 공명통이 없어 연습할 때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전기를 연결하면 대형 콘서트홀에서도 연주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야마하

일본 시즈오카 하마마쓰에 있는 야마하 디자인 연구소. 이곳은 원래 100여 년 역사의 전통 악기공장이었으나 최근 목재 건조장이나 공예방 대신 첨단 기술 연구소와 디자인 연구소가 들어서고 있다.

야마하 디자인 연구소의 기라 야스히로 소장은 “일본 디자인의 키워드는 외국의 어떤 문화라도 받아들이는 유연성이며 자연과 인간의 타협과 합리성이 디자인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서양 악기인 바이올린 등에 수준 높은 테크놀로지와 간결한 미(美) 의식을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사일런트 바이올린’ 같은 제품이 일본의 대표적인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야마하는 바이올린 등 기존 현악기 시장이 줄어들자 전자악기를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점했다. 세계 전자악기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기존 현악기 시장 점유율도 60%이며 세계 주요 음악대학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이런 야마하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기라 소장은 “야마하가 제품을 생산하는 공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마하는 여러 명이 하나의 상품을 디자인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는 ‘셀(cell) 방식’ 공정을 채택하고 있다. 디자이너는 사업 매니저와 동급(同級)의 위치에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디자이너가 사업부장과 합의해 제품의 수정이나 변경을 담당부서와 협의하고 결정함으로써 디자인과 기술개발이 거의 동시에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기획 설계 디자인 생산 판매와 관련된 사내외 전문가들의 협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기라 소장은 “모든 단계에서 ‘우리가 무엇을 위하여 이 제품을 개발했는가’를 되묻는 회의를 의무적으로 갖는다”며 “우리가 이 제품을 왜 만드는지를 되풀이해서 묻다보면 결국 생활에 꼭 필요하고 갖고 싶고 쓰고 싶은 물건을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악기와 인간의 관계를 되물어 일본적인 가치관으로 악기를 재구축하는 것, 그것이 야마하의 경쟁력이고 아이덴티티”라고 강조했다.

도쿄·시즈오카=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