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마루타가 된 과학자들…‘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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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레슬리 덴디, 멜 보링 지음·최창숙 옮김/240쪽·9800원·다른(중학생 이상)

책 읽기 전, 경고 하나.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이 책에는 열 명의 과학자가 스스로를 생체 실험 대상으로 삼아 행했던 무모한 실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영국의 내과의사인 조지 포다이스. 그는 인간의 체온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127도의 뜨거운 방 안에 들어가 화상을 입을 것 같은 열기를 견뎌 냈다. 마취법을 발견한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스는 아산화질소가 이를 뽑을 때 고통을 얼마나 경감해 주는지를 체험하기 위해 자신의 사랑니를 뽑았으며, 존 홀데인은 광원들의 죽음이 산소 부족 탓인지, 유독가스 때문인지를 밝히기 위해 직접 일산화탄소를 흡입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 라차레 스팔란차니는 음식물의 소화 과정을 알아내기 위해 천주머니에 음식물을 꽁꽁 싸서 삼킨 뒤 23시간 후 몸 밖으로 ‘배설된’ 천주머니를 헤집어 남아 있는 음식 맛이 위액으로 달라졌나 보려고 다시 먹곤 했다.

과학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 그리고 인류애적인 사명감에 불타 스스로의 몸을 기꺼이 바쳤던 이들, 바로 ‘기니피그(Guinea Pig·의학 실험용으로 많이 쓰이는 쥐목 고슴도치과의 동물) 과학자들’이다. 오늘날 우리가 고통 없이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수많은 치명적인 질병에 대해 면역력을 갖게 된 데는 이들의 공헌이 컸다.

쉽고 재미있게 쓰인 이 책은 ‘과학(책)은 딱딱하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청소년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기니피그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고개가 숙여지기도 한다.

실험실의 ‘기니피그’처럼, ‘기니피그 과학자’들 역시 종종 슬픈 운명을 맞는다.

“…9월 19일, 고열 때문에 덜덜 떤다. 9월 21일, 출혈성 반점이 나타난다. 9월 27일 피부가 노랗게 변한다. 10월 2일 변이 검은색으로 변하고 잇몸은 왁스처럼 창백하다. 10월 3일 적혈구가 정상의 5분의 1로 줄었다.”

페루의 의대생 다니엘 카리온.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질병 ‘베루가 페루아나’를 연구하기 위해 그는 질병에 걸린 환자의 혈액이 묻은 외과 수술용 메스로 자신의 피부를 네 차례 찔러 스스로를 감염시켰다.

치명적인 질병에서 끝내 회복하지 못한 그는 죽기 전 동료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친구, 이제 내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면서 이미 시작된 작업을 끝낼 사람은 자네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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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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