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부 장관의 ‘대학 억누르기, 전교조 모시기’

동아일보 입력 2006-03-03 03:06수정 2009-10-08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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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주요 사립대 총장들을 잇달아 만나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해 ‘내신 반영비율을 높여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말이 ‘협조 요청’이지, ‘으름장’임을 모를 대학은 없다. 교육 당국의 이런 노골적 압력은 전에 없던 일이다.

대학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총장 면담에 김 장관이 매달리는 것은 체면도, 원칙도 저버린 일이거니와 헌법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더욱 훼손하는 행위다. 교육부 장관의 언행에 품격이 요구되는 것은 교육의 수장(首長)으로서 청소년들이 지켜보는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이 총장들을 만난 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대학들이 장관 말을 듣고 입시안을 바꾸게 되면 이미 공표한 입시안을 뒤집는 데 따른 ‘혼선’이 빚어지고, 대학들의 권위와 명예도 떨어질 것이다. 대학들이 거부하면 장관 위신이 떨어진다. 이런 부담이 있는데도 김 장관이 나서는 것은 교육부 장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내신 위주의 입시’로 대표되는 정권의 평등주의 교육이념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김 장관은 지난해 “자립형 사립고를 20개 정도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가 올해 들어 “자사고로 전환할 수 있는 학교가 두세 곳밖에 되지 않아 확대가 어렵다”고 말을 뒤집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문제를 거론한 직후다. 입시정책, 사립학교법, 자사고 등 모든 교육정책이 결국 전교조 주장으로 수렴되는 양상이기도 하다.

전교조는 어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계기수업을 시작했다. 이런 ‘수업 아닌 수업’을 학생들이 왜 강제로 받아야 하는지, ‘교육을 빙자한 횡포’가 따로 없다. 대통령 교육비서관 파트도 전교조 인맥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정권과 전교조의 교육 코드는 민주와 평등을 내세운 반(反)자율이다. 그 속에서 교육경쟁력 향상을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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