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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만 여성스럽게 크로스섹슈얼 뜬다

입력 2006-01-07 03:02업데이트 2009-09-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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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원모(27) 씨의 출근 준비에는 ‘10-40-10’ 법칙이 있다. 앞의 ‘10’은 일어나자마자 샤워 및 세수, 양치를 하는 시간을 뜻하고 뒤의 10은 아침밥을 먹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중간의 ‘40’은? 바로 머리 모양내기와 화장하기, 그리고 옷 고르기다. 물론 그는 남자다. 원 씨의 머리는 스타일링기구로 잘 말아 내린 단발형, 옷은 가슴 부위가 깊이 파인 빨간색 니트에 흰색 롱 코트가 주를 이룬다. 뽀얀 피부를 연출하기 위해 파운데이션이나 볼터치도 가끔 한다. 그는 “여성스러움이 멋내기의 대세”라며 “주위 친구들도 여성의 패션 코드를 따라한다”고 말했다.》

●‘여성’을 입는다

최근 영화 ‘왕의 남자’에서 여장 광대 ‘공길’역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 이준기(24)는 과거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에 간간이 모습을 비쳤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운 선이 돋보이는 얼굴, 찢어졌지만 섬세한 눈, 날카로운 헤어스타일 등 여성스러움이 돋보인 공길 역 이후 일약 인터넷 연예인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말 콘서트를 가진 가수 장우혁(28)에게는 새해 벽두부터 ‘장효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가 콘서트 도중 가수 이효리 복장을 하고 등장해 ‘10 Minutes’를 불렀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 여성적인 모습으로 변신해 보고 싶었다”며 “과거와 달리 ‘여성스럽다’는 표현이 남성에게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2인조 ‘슈퍼주니어’의 멤버 김희철이나 ‘SS501’의 김형준 등 10대 아이돌 스타의 경우 겉으로 봐선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예쁜 모습을 자랑한다.

미디어 스타들의 ‘여성화’ 현상은 일반인에게까지 전이되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 신촌 등 미용실 밀집 지역에서도 ‘여성 패션’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화여대 앞 ‘세마 헤어’ 미용실에 근무하는 정은(24·여) 씨는 “남자 10명 중 8명은 긴 머리에 스타일링기구로 부드럽게 세팅한 여성 스타일을 원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엉덩이를 위로 올리는 남성용 거들인 ‘드로즈’(몸에 착 달라붙는 사각팬티), T팬티, 눈썹 연필, 제모상품 등도 남성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메트로 섹슈얼’을 넘어서…

2004년 ‘메트로 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아 자신을 가꾸는 남성), 2005년 ‘위버 섹슈얼’(거친 듯 부드러운 남성)에 이어 ‘크로스 섹슈얼’ 문화가 등장했다.

‘크로스 섹슈얼’은 ‘메트로 섹슈얼’의 가꾸기 차원을 넘어서 여성들의 의상이나 머리 스타일, 액세서리 등을 하나의 패션 코드로 생각해 치장을 즐기는 남성. 패션전문가 오제형(34·제이컴퍼니 대표) 씨는 “몸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 팬츠, 칼로 머리숱을 많이 치면서 머리끝에 층을 내는 스타일, 화려한 액세서리 등 1970, 80년대 유행했던 글램룩 스타일이 현대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의 화려한 패션을 차용한다는 점에서 자신을 남성으로서 아름답게 가꾸던 ‘메트로 섹슈얼러’(류시원 송승헌 등)와는 차이가 있다. 패션 외에 행동, 말투 등은 남성답다는 점에서 태생적으로 ‘여자 같은 남자’와도 구별된다.

●“현실적 불안감 패션으로 표출”

문화평론가들은 △성의 욕망 표출이 자연스럽게 허용되는 사회 분위기 △불투명한 미래에 직면한 청년들의 반감 표출 △터프하지 않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지향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급 소비 트렌드 등이 크로스 섹슈얼 문화 인기와 관계있다고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이동연(41) 씨는 “남성들의 양성 이미지 추구는 빈부 양극화, 청년 실업 등 현실적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의 불안감이 기성사회, 기성세대에 대한 반작용과 합쳐져 표출되는 것”이라며 “불황으로 인한 불안감을 보상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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