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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음유시 거장 율리 김 첫 내한공연

입력 2005-10-27 03:04업데이트 2009-10-0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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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중구 장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국인 2세 러시아 바르드 가수 율리 김 씨는 “한 달 전에 얻은 손자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8분의 1만큼 흐르고 있다”며 웃었다. 김범석 기자
“죽기 전에 아버지의 나라에 오고 싶었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졌습니다. 10일 동안이지만 서울에 머물면서 제가 ‘한국인’임을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인 2세인 러시아 바르드(bard)음악 가수 율리 김(69) 씨가 생애 처음으로 고국을 찾았다. 세종문화회관(29일)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30일)에서 있을 첫 내한 공연을 위한 것. 자신의 음유시선집 출간 기념 사인회도 예정돼 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아버지와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2002 한일월드컵 때도 저는 한국만 응원했답니다. 비록 러시아에서 줄곧 자라 한국어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밖에 모르지만요.”

한국에서는 흔히 음유시로 번역되는 바르드는 원래 중세 때 궁정가수를 지칭하던 단어. 그러나 김 씨가 부르는 바르드는 포크음악에 시적인 가사를 붙여 만든 곡으로 한국의 통기타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주로 1960, 70년대 옛소련 공산주의 체제에 항거하거나 자유를 갈망하는 내용을 담아 불렸다. 김 씨는 영화 ‘백야’,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등과 함께 바르드 음악의 거장으로 꼽힌다. 그의 노래는 50여 편의 영화와 연극에 삽입됐고 ‘고래 한 마리’는 러시아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제가 두 살 때 신문기자였던 아버지가 일본의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총살당하셨어요. 어머니도 간첩의 아내라는 이유로 8년간 도망을 다니셨죠. 그래서 어릴 적부터 체제에 대한 반항심이 컸습니다. 하지만 제가 노래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만은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한 관심이 주제였죠.”

이번 공연에서 그는 ‘고래 한 마리’ ‘어릿광대’ 등 자신의 대표작 30여 곡을 부를 예정이다. 공연이 끝나면 러시아로 돌아가 생애 마지막 작품이 될 고골리의 희곡 ‘검찰관’의 음악과 대본을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어를 못하는 분들도 환영입니다. 제가 노래하는 자유와 사랑, 그리고 인간에 대한 감정을 그저 느끼기만 하면 됩니다. 언어는 달라도 같은 한국인이니까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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