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서관 이용 감시당하고 있다…시민단체등 반발

  • 입력 2005년 6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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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고 차분한 지식저장소인 도서관이 최근 미국에서 시끌벅적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테러 방지를 위한 정보수집 목적으로 도서관 이용자의 대출 및 컴퓨터 이용 정보를 감시할 수 있느냐는 것. 미국 내 6만4000여 개 도서관을 회원으로 하는 전미도서관협회(ALA)는 21일 2001년 9·11테러 이후 정부가 도서관에 요구한 대출 관련 자료가 600여 건에 이른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용자의 동의 없는 대출정보

요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앞서 미 하원은 16일 사법 당국이 도서관 대출 자료를 조사하는 데 테러방지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보추구권 침해인가, 테러 방지인가=2001년 10월 미 의회를 통과한 ‘애국법(Patriot Act)’ 제215조는 ‘정부기관은 테러 방지 목적으로 도서관에서 누가 어떤 책을 대출했는지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 반대해 온 ALA는 2001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회원 도서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정부의 공식·비공식 대출 자료 요구가 609건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기관들이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라덴에 대해 비교적 중립적이거나 호의적인 도서를 대출한 사람들의 정보를 요구한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는 헌법에 명시한 개인의 정보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LA는 또 “도서관 중 40%가 ‘이용자가 정부 조사를 우려한 나머지 대출을 포기하는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면서 “정부 감시가 도서 대출 패턴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거세지는 도서관 감시 반발 여론=ALA 보고서에 대해 미 법무부는 “정부의 도서관 자료 요구는 애국법 제정 훨씬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ALA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일부 도서관들은 ‘당신의 대출기록이 미 연방수사국(FBI)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경고문을 붙이고 인터넷 사용자 명단을 자동 삭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 감시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미 하원은 최근 정부가 테러방지기금을 도서관 자료 요구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찬성 238 대 반대 187로 통과시켰다. 이번 표결에는 공화당 의원 38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도서관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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