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원재]Made in Japan → Neo Japanesqu

  • 입력 2005년 5월 10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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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라는 꼬리표만 보고도 소비자들이 매료됐던 때가 있었다. ‘메이드 인 저팬(Made In Japan)’은 세련된 디자인과 잔고장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고품질의 대명사였다.

1970, 80년대 한국 기업인들은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저팬’에 밀려 푸대접받는 설움을 감내하며 이를 악물었다. 일제는 시샘과 부러움의 대상이자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목표였다.

일본 정부와 재계가 사실상의 국가 브랜드로 통용돼 온 ‘메이드 인 저팬’을 ‘네오 저패네스크(Neo Japanesque·신 일본양식)’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지만 도요타자동차, 마쓰시타전기, 덴쓰 등 각 업종을 대표하는 12개 기업이 논의 단계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메이드 인 저팬’으로 상징되는 고급품 이미지에 치밀하고 정교한 일본 전통문화를 접목해 새 브랜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현지 생산이 보편화된 데다 한국과 중국의 추격으로 품질 면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지자 일본 고유의 브랜드로 차별화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한다.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閔勝奎·도쿄대 객원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본이기에 가능한 기민한 움직임”이라며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역내 시장이 통합될 것에 대비해 일본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 LG, 현대차 등 한국이 키운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는 이제 세계 어디서든 통한다. 삼성은 굳이 한국 기업이라는 점을 내세우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개별 기업의 경쟁이라고 해도 소속 국가의 브랜드 파워가 뒷받침되면 한결 힘을 받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일각에서는 마쓰시타 등이 이 작업에 적극 나서는 이유가 기업 대 기업의 경쟁에서 삼성과 LG에 밀리자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로 만회하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일본의 시도는 한국의 국가 브랜드 구축 논의에 자극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에겐 ‘한류’라는 값진 자산도 있지 않은가. 물론 첫 출발은 어처구니없는 후진국형 참사와 3류 정치의 추태로 국가이미지를 갉아먹는 악순환을 끊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박원재 도쿄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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