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 천성산터널 공사재개… 착공금지 가처분 기각

  • 입력 2004년 11월 29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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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 소송’으로 불리는 경부고속철도 경남 양산시 천성산 구간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공사착공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항고심 재판부가 각하 및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공사 중단 96일 만인 30일 공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즉시 재항고하기로 했으며 이번 소송을 주도한 천성산 내원사의 지율 스님은 단식투쟁을 계속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재판부 결정 및 의미=부산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종대·金鍾大)는 29일 환경단체인 ‘도롱뇽의 친구들’과 내원사 등이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터널공사가 천성산의 고산 늪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사가 중단될 경우 연간 2조원에 가까운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반면 환경이 훼손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번 결정의 유·불리함에 상관없이 결정 내용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환경훼손에 대한 막연한 추측만으로 대형 국책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정한 것.

재판부는 또 환경단체들이 소송의 주체로 내세운 도롱뇽에 대해서는 “자연물에 대해 당사자 능력을 인정하는 현행 법률이나 관습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지난해 6개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3개월 등 모두 1년여간 공사가 중단됐던 천성산 터널 공사는 30일 재개된다.

철도시설공단은 2010년 완공 예정인 경부고속철 2단계 사업(118.3km)의 일부로 천성산에 13.2km의 터널(원효터널)을 뚫을 예정이다.

▽전망=환경단체들의 모임인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판부가 지율 스님과 우리들의 진심 어린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8월 26일까지 58일간 단식을 하다 “항소심 판결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며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중재안을 받아들여 단식을 풀었던 지율 스님은 29일 주변 사람들에게 “뒷일을 부탁한다”며 극한 상황까지 단식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지율 스님은 환경부가 공동 환경영향평가 약속을 어기고 단독으로 전문가 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밝혀지자 지난달 27일 단식을 재개했다.

환경단체들이 재항고를 하더라도 1, 2심 결정이 뒤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해발 922m인 천성산은 22개의 습지가 있는 국내 최대의 습지대이다.

환경단체들은 “터널을 뚫을 경우 습지가 파괴돼 도롱뇽을 비롯한 습지 생물들이 사라질 것”이라며 고속철의 노선 변경을 요구해 왔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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