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유인촌의 ‘유시어터 봉평’ 10일 개관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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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군 봉평면 폐교에 야외 극장을 세운 유인촌씨(가운데)가 연극 ‘리어’의 출연 배우들과 함께 메밀꽃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봉평=강수진기자
강원 평창군 봉평면 폐교에 야외 극장을 세운 유인촌씨(가운데)가 연극 ‘리어’의 출연 배우들과 함께 메밀꽃을 바라보며 웃고 있다. 봉평=강수진기자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 평창군 봉평면. 이 곳의 덕거초등학교 폐교사가 3년 수리 끝에 10일 ‘유시어터 봉평’으로 탄생해 19일까지 개관기념 연극 ‘리어’가 공연된다. ‘유시어터’를 이끌고 폐교를 문화공간으로 바꾸어온 유인촌씨(53)와 함께 메밀꽃이 피기 시작한 봉평을 1박2일로 찾았다.

○ 19일까지 개관기념 연극 ‘리어’ 공연

토요일인 4일 오후. 서울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승용차를 타고 봉평으로 떠났다. 차로 달리는 두 시간 내내 그는 “삶이 압축된 무대에서 한 걸음을 걷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천 걸음을 걸어야 그 무게가 나온다”는 등 연극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3년 간 주말과 휴가 때마다 봉평을 찾았어요. 이젠 샛길까지 훤합니다.”

봉평에 특별한 연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곳에 스튜디오를 낸 한 지인의 소개로 찾아와 보니 훼손되지 않은 자연이 마음에 들었다. 자연 속에서 호흡하는 연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차가 봉평 면온리에 이르자 혼잣말처럼 했다.

“이쯤에도 플래카드 하나쯤 걸어놔야 처음 오는 손님들이 극장을 쉽게 찾을 텐데…”

봉평읍 덕거2리의 좁은 길을 달려 언덕을 오르니, 담장 대신 잣나무와 소나무가 울타리 노릇을 하는 ‘유시어터 봉평’이 나타났다. 운동장 가운데 메밀꽃 밭이 환했다. 평창군으로부터 10년간 사용권을 얻은 이 폐교에 야외극장, 무대 조명, 연습장, 숙소 등을 꾸미기 위해 그는 5억원 넘는 돈을 끌어왔다.

“처음엔 이렇게 돈 들일 생각이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제대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어요.”

하늘의 별을 무대장치 삼아 공연할 이 곳에서의 ‘리어’는 도시에서와 다를 것이다. 정원 300석의 객석, 운동장에 만들어진 무대 크기는 서울 대학로 공연장들과 비슷하지만 칼싸움 등 무술장면은 밤공기를 가르며 거침없이 펼쳐질 수 있다.

○ 박정자 유열 이금희씨 소설 읽어줘

공연기간 동안 배우 박정자, 가수 유열, 아나운서 이금희씨 등이 매일 오후 3시반, 5시에 30분씩 ‘메밀꽃 필 무렵’ ‘별’ 등의 소설을 관객에게 낭독해주는 ‘책 읽어주는 카페’도 운영된다. 마침 봉평면에서 이효석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효석문화제(10∼19일)도 개관공연과 때맞춰 열린다. 유씨는 “효석문화제에만 매년 30만 명이나 온다는데…” 하며 관객들을 기대했다.

○ 배우 25명 합숙하면서 공연준비

오후 8시. 교실 3개를 터서 만든 연습실에서 리허설이 시작됐다. 출연 배우 25명은 이미 한 달 전부터 이곳에서 합숙하며 연습해 왔고 유씨는 주말마다 내려와 작품을 점검하고 연기를 지도하고 있다.

“그렇게 생소리를 지르면 목이 상해서 안돼. 소리를 코 쪽으로 붙여봐” “움직이면서도 시선을 끝까지 상대에게 줘야지.”

연습이 끝나니 어느덧 자정. 바로 스태프 회의가 시작됐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누군가 메밀꽃에 호스로 물을 주는 모습을 바라보던 유씨가 말했다.

“소설 속 묘사처럼 ‘달빛에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야 하는데…. 메밀이 생각보다 빨리 안 자라요. 공연 전까지 더 자라주겠죠.”

공연기간 중 무휴. 관람료 1만5000원∼3만원. 봉평면 주민은 무료. 02-3444-0652

봉평=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바람난 문화, 산으로… 들로…▼

문화가 산으로 들로 나간다. 본격적인 주 5일제 근무로 도심에 머무르기보다는 자연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겨냥해 공연기획 성격도 아웃도어 형 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주요 야외 공연들을 소개한다. 최근 몇 년간 각 지자체가 역사문화 유산과 자연경관을 자산으로 삼은 축제를 육성해온 것도 변화의 이유다. 서울 사람들의 주말 여행지인 경기, 강원에서 특히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도심 안에서도 야외 잔디밭 등이 새로운 공연 공간으로 주목된다.

제목일시장소내용
마음과 마음으로 이은 천년의 소리11일 오후 7시전북 고창 선운사가수 한영애 권인하 한서경 등 출연. 063-561-1422
해피수원 2004 록 페스티벌11일 오후6시반경기 수원 화성 활터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에서 공연. 김경호 등 출연. 02-784-5118
자라섬 국제 재즈페스티벌10∼12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 일대‘북한강 수상축제’, ‘소아암 어린이 돕기 건강 걷기 대회’ 등 스포츠이벤트도 병행 02-3675-2754
동물원과 함께 가는 가을 소풍10월 8일 오후 10시
10월 9일 오후 6시,10시
경기 양평 용문산 야외공연장보컬그룹 ‘동물원’이 3년째 진행. 겨울스웨터 지참 필수. 02-525-6929
단풍축제와 산사음악회10월 9일 오후 6시반충북 단양 광덕선원대구팝스오케스트라 클래식,솟대패 사물놀이. 043-421-6900
개구쟁이와 마법사10월 17일 오후 2시경기 양평 바탕골 아트센터가족극. 라벨이 오페라, 지리킬리안이 발레로 만들었던 동화. 031-774-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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