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교육이 기술경쟁력]교육부재 한국 이공계

입력 2003-12-07 18:04수정 2009-09-28 03:42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대학졸업생들이 취업을 못해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제대로 교육받은 기술인재가 없다’고 야단이다.

기술인력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한국에서 기술인재를 키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대학과 기업의 대화 부족이다. 이로 인해 산학 협력이 안 되고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기술 경쟁력까지 약화되고 있다. 문제해결의 열쇠는 대학이 쥐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대학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인력 불균형 현상에는 정부 책임도 크다.

▽넘치는 공대생=2002년 한국의 공대 졸업생은 6만5522명. 이는 공대 수가 한국의 5배를 웃도는 미국의 연간 공대 졸업생 6만여명보다 많다. 지난해 산업연구원(KIET)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이공계 인력 수요는 연간 4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러니 일자리를 잡지 못하는 공대 졸업자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 핀란드 등 선진국들은 ‘산학 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에 필요한 인력 수는 물론 미래 기술수요에 대한 정보까지 주고받는다.

공과대학이 살아남으려면 △대부분의 대학은 특성화해 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일부는 대학원을 중심으로 연구대학이 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러나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107개 주요 공과대학 가운데 76.6%인 82개 대학이 특화하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범용 교육을 하는 학부중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또 거의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고 박사과정까지 두고 있다.(한송엽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 그 결과 연구중심 대학은 15%인 16개 대학, 특정 분야에서 현장 중심으로 차별화한 대학은 9개 대학에 불과했다. 대학이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전공 부재(不在) 교과과정, 교육부재 교수평가=한국의 모든 공대생은 4년간 140학점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 전공은 36학점만 따면 된다. 이는 교육부의 ‘최소전공학점제도’ 때문으로, 학생들의 수업 선택 기회를 넓힌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학생의 전공 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미국의 공대생은 50∼60학점, 핀란드의 폴리텍(한국의 산업대와 유사) 학생은 100학점 이상의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이 교수 평가나 예산배정시 연구에만 초점을 맞춰 인력양성 기능에 문제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많다.

김창경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교육을 하려고 해도 국가의 예산 지원이 연구에만 집중돼 교수들이 연구 논문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 평가의 가장 중요한 항목이 국제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는 점도 실무교육을 가로막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상반기 3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대학 교육과정 가운데 가장 부족한 분야로 업무관련 기본지식(34%)을 꼽았다.

▽기업, 대학에 관심 없다=H사 연구개발팀장은 “대학에 일을 맡기면 지나치게 학술적인 연구결과만 가져온다”며 “그래서 진행 중인 90개 연구과제 가운데 4건만 대학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과 공동 연구 등 산학협력을 하는 대학은 조사대상 107개 공과대학 가운데 40%에 불과했다.

올해 초 H사가 서울의 S대 공대에 건물을 지어주고 장비를 제공했다. 이 회사의 업종과는 전혀 다른 분야의 연구 건물이었다. 지원을 결정한 요인은 이 회사 부회장이 S대 동문이라는 것. 기업이 대학에 투자할 때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로비나 인맥에 의한 기부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박용기자 parky@donga.com

주요기사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