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배극인/카드사태 책임 '업계半 정부半'

입력 2003-12-07 17:19수정 2009-10-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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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위기에 대한 책임론이 뜨겁습니다. 정부와 카드업계가 함께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신용카드사 고위 임원 A씨가 최근 털어놓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카드업계의 책임=A씨는 “카드업계에서 이런저런 변명은 하고 있지만 잘못의 절반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부 학자가 ‘카드 대란(大亂)’ 위험을 경고했고 주위에서 충고도 많이 했지만 카드사 경영진들이 눈앞에 돈이 보이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A씨는 또 “사실 현금서비스 한도를 우리가 올려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99년 5월 현금서비스 월 이용한도(70만원)를 폐지한 것이 카드 사태 악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지만 그 배경에는 카드사들의 힘겨운 노력(?)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LG카드의 이헌출(李憲出) 전 사장이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카드업계 1위’로 오른 ‘공로’로 그룹에서 ‘엄청’ 잘 나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입니다.

A씨는 자동차 경주에 비유를 했습니다. “LG카드는 시속 180km 정도로 달리다 벽에 부딪혀 중상을 입은 셈이고 삼성카드는 160km 정도로 달렸던 것 같다.”

▽정부의 책임=A씨는 외환위기가 끝나면서 내수(內需)를 띄울 필요성을 느낀 김대중(金大中)정부가 카드 산업을 선택, 지나치게 부양한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99년 8월 카드 소득공제 제도, 2000년 1월 카드 영수증 복권제를 줄줄이 도입하면서 위기의 싹을 틔웠습니다.

A씨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던 것도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위에서 부작용을 떠들면 규제하고 카드사가 어려워지면 풀어주는 등 올해까지 땜질 처방의 연속이었습니다.” 임기응변식 조치가 계속되면서 카드사 및 이용자들은 “어려우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됐고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A씨는 “금융감독 당국에 장기 예측을 할 수 있는 전문가는 없고 모두들 경력 관리에만 바빴습니다. 업계보다 몰랐으니…”라며 말을 맺었습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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