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기획사들, '영재 연예인 육성' 열중

입력 2003-12-07 13:47수정 2009-09-28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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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이초등학교 6학년 김윤혜양(13). 지난해 9월 패션 잡지 '보그 걸'에서 모델로 나왔다가 연예기획자의 눈에 띄어 '우리'란 예명으로 올 5월부터 연예계 데뷔를 준비 중이다.

수원에 살던 김양은 8월 연예기획사가 마련해준 전세 아파트에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김양은 오후 2시반 학교수업을 마친 뒤 4시반에 일본어를 배우고, 6시부터는 '브라운 아이즈'의 보컬 출신인 나얼에게서 노래를 지도받는다. 또 8시부터는 압구정동 아이기스 아카데미에서 안무를 배우고 주중 틈틈이 연기와 피아노, 발레를 교습받는다. 성장기 얼굴을 가다듬기 위해 청담동의 한 미용실에서 얼굴과 체형 관리를 위한 경락 마사지도 받고 있다.

김양의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는 갑엔터테인먼트의 김대희 실장은 "김양의 생활비와 레슨비로 한달에 약 1000만원이 들어가지만 당장 아역배우로 데뷔시키기보다 멀티플레이어의 '내공'을 쌓게 하는 장기 플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양은 연예기획사가 '투자' 개념으로 가능성 있는 원석(原石)을 다듬어가는 케이스. 이는 보아의 성공 이후 '제2의 보아'를 발굴하려는 연예기획사들의 두드러진 움직임 중 하나다. 보아는 사전 엘리트 교육을 통해 춤과 노래, 어학 실력을 갖추고 일본 진출에 성공한 경우.

보아를 키운 SM엔터테인먼트는 3월 'SM 스타라이트 아카데미 시스템'을 개원했다. 이 곳에선 'SM 전국 청소년베스트 선발대회'에서 보컬, 댄스, 모델, 개그, 연기 등 각 분야의 '짱'으로 선발된 스타 지망생들이 4개월에 140만원의 수강료를 내고 교육받고 있다. 이 중 가능성을 인정받아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이들은 앞의 김양처럼 기획사의 지원 아래 노래와 춤, 외국어, 방송매너를 익힌다.

KBS2TV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는 고아라양(15)은 올해 '댄스부문' 짱으로 선발된 경우. 고양은 전속 계약을 맺은 뒤 9월 광주에서 서울로 전학해 현재 소속사의 여직원와 함께 지내고 있다.

박진영이 대주주인 JYP엔터테인먼트도 2001년 5월 SBS TV '초특급 일요일 만세'의 '영재 육성 프로젝트'에서 선발된 9명과 자체 발굴한 4명에게 노래와 춤을 가르치며 교육을 시키고 있다. '영재 육성 프로젝트'에서는 초중학생 3197명 중에서 구슬기양 등 9명이 관문을 통과했다.

연예기획사가 이처럼 '스타 지망생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진짜 가수만이 살아남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했기 때문. 가요 팬들은 더 이상 외모로 급조된 '립싱크 가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기획사간 캐스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끼 있는 어린 학생들을 장기계약으로 미리 확보해두자는 투자 전략도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스타로 뜬 이후에는 장기계약과 관련해 소속사와 갈등을 빚을 불씨도 안고 있다.

수년간 교육받은 이들이 스타로 뜰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또 연예계에 대한 환상만 지니고 왔다가 6개월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SM아카데미에서 9개월째 레슨을 받고 있는 김순영양(15)은 "처음엔 뭔가 될 것 같은 자신감이 넘쳤는데 배울수록 연예계가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국내시장보다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노래보다 공연 중심의 다양한 재능을 가르치는 것은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자율성과 창의성을 배제한 채 상업적으로 기획된 스타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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