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철강세이프가드 왜 철회했나…車-기계등 제조업票 의식

입력 2003-12-04 18:40수정 2009-09-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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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4일 철회하며 한발 물러섰다.

당초 예정보다 16개월 앞당겨 세이프가드를 해제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적 반발 때문. 지난달 세계무역기구(WTO)는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의 손을 들어주며 “세이프가드는 규정 위반”이라고 판정했고, EU 등은 미국 상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며 압박을 가해 왔다.

그럼에도 부시 대통령이 세이프가드를 즉각 철회하지 못한 것은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철강 업계가 2005년까지 관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맹렬한 로비를 전개한 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요 철강 생산지인 오하이오주 웨스트버지니아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세이프가드 철회가 오히려 미국 제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미국 교역위원회는 9월 “철강 세이프가드가 자동차, 기계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의 비용을 올리기 때문에 경제 전체적으로는 국내총생산을 약 3040만달러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 관세 철회 결정에 힘을 실었다.

외신들은 “이들 지역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더라도 철강을 소비하는 제조업체들이 많은 중서부 지역의 표를 얻을 수 있어 정치적으로 손해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관세 철회로 철강 가격이 낮아지면 철강을 소비하는 중서부의 제조업체들에는 득이 된다”며 “이 지역도 부시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곳”이라고 언급했다.

EU가 세이프가드에 대한 보복 관세 대상으로 오렌지 주스, 잠옷 등을 포함시킨 것은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지역인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 캐롤라이나주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

AFP통신은 “미국철강노동자연합은 어차피 민주당 리처드 게파트 후보를 지지하기 때문에 철강 관세를 철회해도 부시 대통령에게 돌아올 정치적 타격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2일 부시 대통령은 대선 자금 모금을 위해 철강 생산지인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했으나 세이프가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토머스 어셔 US스틸 회장이 “철강산업에 대한 공약을 지키라”고 말했지만 부시 대통령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며 논점을 피해갔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철강 업계를 달래기 위한 방안들을 마련 중이다. 철강 수입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할 경우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연방정부가 철강업체의 연금 부담을 경감하거나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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