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학교의 '수능 반란'… 익산高 인문-예체능 道수석 배출

입력 2003-12-04 18:19수정 2009-09-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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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최고!’ 전북 익산고 영재학급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익산=김광오기자
《시골의 한 평범한 종합고가 3년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고득점자를 다수 배출하는 일류학교로 변신해 화제다. 더구나 이 같은 ‘화려한 변신’의 이면에는 학생들이 도시로 떠나 대부분 학교가 문을 닫을 처지인 농어촌의 교육 현실을 타개해 보자는 학교 재단과 교사, 학생들의 열성이 아로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감동을 주고 있다.》

전북 익산시 도심에서 15km가량 떨어진 금마면 동고도리 익산고(교장 최인호)는 올해 수능시험에서 전북지역 전체 수석과 예체능계 수석 학생을 배출했다.

이 학교 고인성군은 392점으로 수석, 김경범군은 357점으로 예체능계 수석을 차지한 것. 또 3학년 영재학급 학생 29명 가운데 330점 이상(변환표준점수 기준) 고득점자가 16명이나 나왔고 일반 학급 학생 62명 가운데 26명은 이미 4년제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330점이면 서울시내 중위권 대학에 진학 가능한 점수다.

최인호 교장

1966년에 인문계와 실업계가 함께 있는 종합학교로 설립된 익산고는 1999년까지만 해도 익산과 군산지역 인문고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다니던 이른바 ‘꼴찌 학교’였다. 그나마 입학정원을 채우기조차 힘들었다. 개교 후 30여년 동안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 졸업생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이 학교의 변신은 1999년 숨진 이 학교 이사장 지성양씨(당시 69세·신흥증권 창업자)의 의지에 따라 시작됐다. 그는 지병으로 숨을 거두기 직전 150억원 상당의 장학기금을 학교에 내놨다. 익산고는 이를 기반으로 30여명 규모의 ‘영재학급’을 설치했다. 이 학급 입학자에게는 3년간 수업료를 포함한 일체의 공납금과 기숙사 비용을 전액 면제해 주는 조건이었다. 이들에게는 방학 때 호주 등지에서 한 달간 어학연수를 받는 특전도 주어졌다.

익산고 유윤종(劉允鍾) 교감은 “영재학급 학생들은 입학 당시 성적이 도시지역의 중간 수준이었다”면서 “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영재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을 밤늦게까지 사실상 1 대 1 지도를 했다. 오후 7시부터 학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 외국인 영어회화, 논술 특강, 토익, 수리특강 등을 열어 수준별 이동수업을 했고 자정까지 인터넷 유료 사이버 학습과 교육방송 시청을 병행했다.

하지만 주변 학교나 학부모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교사들도 예전 그대로이고 학생들의 수준도 높지 않은데 ‘개천에서 용 날 리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학교측은 “차가운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길밖에 없다”며 학생들을 독려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 보자”며 교사들을 따랐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서울대 등 서울지역 명문대에 10여명이나 합격했다.

지승룡(池承龍·50) 이사장은 “영재학급에 투자를 집중했지만 일반학급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도 좋아져 전체적으로 실력이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앞으로는 모든 학생들의 성취도가 크게 오르는 이상적인 농촌 학교로 키워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산=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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