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해협 여성 최초 수영 횡단한 美 에덜리 사망

입력 2003-12-02 19:06수정 2009-09-28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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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제발 도와주세요.”

1926년 8월 6일 오전 7시 당시 20세의 미국 여성 거트루드 에덜리(사진)가 수영복 차림으로 프랑스 그리네곶에 섰다.

해파리와 상어떼, 거센 파도로 유명한 영국해협. 비장한 결의로 그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1926년 8월 6일 미국 수영선수 거트루드 에덜리가 영국해협을 자유형으로 역주하고 있는 모습. 에덜리는 영국해협을 헤엄쳐 횡단한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됐다. -AP 자료사진

14시간31분 뒤 에덜리는 56km 건너편의 영국 킹스다운에 도착했다. 여성 최초의 영국해협 수영횡단기록이었다. 1875년 이후 남성 5명이 세운 최고기록 16시간33분보다 두 시간 앞선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여성으로 꼽히는 수영선수 에덜리가 지난달 30일 미 뉴저지주 와이코프 소재 크리스천 헬스케어센터에서 98세로 고요히 눈을 감았다.

1906년 10월 23일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에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됐다. 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으며 1921∼25년까지 29개의 아마추어 미국신기록과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에덜리는 1925년 처음으로 영국해협 횡단에 도전했으나 잠시 쉬는 것을 의식을 잃은 것으로 착각한 코치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바람에 실격됐다. 결국 1년 뒤에 성공했다.

1년 뒤 성공한 그가 귀환했을 때 200만명의 뉴욕 시민들이 축하퍼레이드를 벌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노래와 춤까지 생겼다.

192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지만 여전히 여성의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대에 에덜리의 성공은 여성의 정신력과 체력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 ‘에덜리 쇼크’로도 불린 이 ‘사건’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의 도전과 기록이 줄을 이었다.

5세 때 홍역으로 귀를 앓았던 에덜리는 해협 횡단 이후 청력이 약화돼 30대 후반에 완전히 청력을 잃었고 그 이후로는 청각장애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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