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6년 8월 6일 오전 7시 당시 20세의 미국 여성 거트루드 에덜리(사진)가 수영복 차림으로 프랑스 그리네곶에 섰다.
해파리와 상어떼, 거센 파도로 유명한 영국해협. 비장한 결의로 그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14시간31분 뒤 에덜리는 56km 건너편의 영국 킹스다운에 도착했다. 여성 최초의 영국해협 수영횡단기록이었다. 1875년 이후 남성 5명이 세운 최고기록 16시간33분보다 두 시간 앞선 것이다.
20세기의 위대한 여성으로 꼽히는 수영선수 에덜리가 지난달 30일 미 뉴저지주 와이코프 소재 크리스천 헬스케어센터에서 98세로 고요히 눈을 감았다.
1906년 10월 23일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8세에 국가대표 수영선수가 됐다. 24년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땄으며 1921∼25년까지 29개의 아마추어 미국신기록과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에덜리는 1925년 처음으로 영국해협 횡단에 도전했으나 잠시 쉬는 것을 의식을 잃은 것으로 착각한 코치가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바람에 실격됐다. 결국 1년 뒤에 성공했다.
1년 뒤 성공한 그가 귀환했을 때 200만명의 뉴욕 시민들이 축하퍼레이드를 벌였으며 그의 이름을 딴 노래와 춤까지 생겼다.
192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지만 여전히 여성의 능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았던 시대에 에덜리의 성공은 여성의 정신력과 체력을 입증한 사례가 됐다. ‘에덜리 쇼크’로도 불린 이 ‘사건’ 이후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의 도전과 기록이 줄을 이었다.
5세 때 홍역으로 귀를 앓았던 에덜리는 해협 횡단 이후 청력이 약화돼 30대 후반에 완전히 청력을 잃었고 그 이후로는 청각장애아들에게 수영을 가르치며 여생을 보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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