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가족]'저성취 증후군' 부모책임 크다

입력 2003-12-02 16:39수정 2009-09-28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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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는 아동기부터 청소년기 사이에 있는 자녀에게 꿈을 심어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부모의 역할’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하고 있는 노경선 이시형 김동일씨(왼쪽부터).안철민기자 acm08@donga.com
《“시험성적이 좋지 않게 나왔다. 아이는 ‘만일 좀 더 노력하기만 했어도’ 공부를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고 진지하게 약속한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성적이 오를 만큼 꾸준하게 시험 준비를 하는 경우는 없다. 집안일을 돕는다거나 준비물, 숙제같이 책임져야할 것은 잘 잊어버리지만 축구선수의 기록이나 친구와 놀기로 한 약속은 잊어버리는 법이 없다.”》

자기 아이 이야기 같아 속으로 뜨끔한 학부모가 많을 것 같다. 서울대 김동일 교수(교육학)는 이같이 ‘게으르고 동기가 낮으며 끝까지 미루는 아이들’을 ‘저성취증후군(Under-achievement Syndrome)’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상습적으로 미루고 어려움이 닥치면 금방 포기하며 대부분의 과제나 임무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을 회피한다. 그럼에도 이들을 괴롭히거나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거의 없으며 이들은 학교생활에서뿐 아니라 다른 삶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 행태를 나타낸다는 것이 김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1일 가족아카데미아가 개최한 ‘자기 주도적 학습을 위한 부모의 역할’(동아일보 후원) 세미나에 참석해 “저성취증후군을 보이는 아이들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에 비해 낮은 수행 수준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끝없이 합리화하거나 변명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때 부모가 공부문제에 대해 책임을 지면서 “이렇게 하면 돼”라는 식으로 해결방법을 알려주거나 “넌 정말 숙제하기 싫어 잊어버린 거야”하는 식으로 자녀의 내면적 모습을 들춰내 공격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대신 자녀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려고 하는 것(의도)과 실제로 일어나는 것(행동) 사이의 차이를 알게 해 자녀에게 공부는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인식시키라는 것이다.

부모가 공부문제와 관련해 다 해주어서는 자녀의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키워줄 수 없다. 최근 발행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가에 참가한 OECD 소속 21개국 중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이 취약한 학생비율이 22%로 가장 많았다. 학생들이 평생 지속적으로 즐겁게 학습해나갈 수 있는가를 평가하기 위한 이 조사는 2000∼2001년 OECD 국가 등 모두 41개국에 대해 국가별로 만 15세 학생 5000∼6000명씩을 표본으로 실시됐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시형 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우리 학생들이 외부의 강요에 의해 공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녀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놓아둔 적이 없는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며 “폭넓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의 목표를 정하도록 도와야한다”고 주장했다.

강북삼성병원 노경선 신경정신과장 역시 “외부의 강요에 의해 억지로 공부할 경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이 스트레스는 성장기 뇌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나친 스트레스는 학습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체와 전전두엽의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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