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酒의 연말’…당신의 간은 지금 떨고 있다

  • 입력 2003년 11월 30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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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망년회, 동창회 등등. 술 약속을 피할 수 없는 12월은 숨 가쁘다.

과음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누가 모르랴. 그러나 한국과 같은 ‘술 권하는 사회’에선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스스로 술의 해독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술 마신 뒤 귀가 울리고 머리가 깨지는 것처럼 아플 때면 비타민B, C나 주스, 꿀물을 마시면 도움이 된다”며 “해장국 스포츠음료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은 좋으나 해장술은 불 난 데 기름을 끼얹는 것과 같다”고 충고했다.

▽온 몸을 공격하는 술=체내에 흡수된 술은 위나 간 뿐 아니라 췌장 신경 심장 심지어 관절에 이르기까지 몸 구석구석에 영향을 끼친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걸리는 대표적 질환은 알코올 지방간과 간염, 간경변증과 같은 간 질환과 급성췌장염 등. 경희대병원 소화기 내과 이정일 교수는 “지금까지는 바이러스 간염이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최근엔 알코올 간염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급성췌장염은 술을 먹은 뒤 참을 수 없는 복통과 함께 간간이 등으로 뻗치는 통증이 같이 오면서 토하는 증세를 보인다.

평소에는 절제하다가 갑자기 폭음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 질병도 있다. 연말 직장인들이 조심해야 할 것도 이런 증세들이다.

심하게 토한 뒤 각혈을 하면 위와 식도의 경계 부위가 찢어지는 질환인 말로리바이스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피를 너무 많이 토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응급실에 가도록 한다.

아침에 입맛이 없고 속이 메슥거리며 토할 것 같은 증세가 생기면 일시적인 알코올 위염이 생긴 것으로 보면 된다. 심하게 속이 쓰리면 가까운 병원에서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술은 위와 식도 사이의 근육을 느슨하게 만들어 위산 역류를 잘 일으킨다. 또 술은 소장과 대장의 점막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애주가들은 대체로 음주 다음날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된다.

술은 뼈와 관절에도 영향을 주는데 엉덩이 관절이 썩는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괴사의 원인도 대부분 술 때문이다.

▽요령껏 마셔라=술 약속은 연이어 잡는 것을 피하며 되도록 3, 4일 정도 걸러 잡는다. 간은 재생력이 강하므로 며칠 동안 술을 피하면 손상된 간세포는 복구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 내과 정준표 교수는 “음주 전 복용하는 드링크류는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포함돼 있어 숙취 해소에 약간의 도움이 되는 정도”라며 “광고 효과를 맹신해 과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술 마시기 전에 위벽 보호를 이유로 우유를 마시는 사람도 많은데 한국인 대부분이 우유 속의 당분인 락토오스를 분해하는 효소가 적어 오히려 소화기관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술이 세다’는 것은 간의 기능 중 알코올 분해효소가 어느 정도인가에 의해 결정된다. 말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는 사람은 알코올 분해효소가 많은 것이다.

그러나 술이 센 것과 간이 센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알코올 절대량이 많을수록 간이 많이 파괴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기 때문.

대체로 하루 40∼80g의 알코올을 5∼10년간 매일 섭취하면 대부분 간경변증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평소 술을 마시더라도 알코올 총량이 80g을 넘지 않도록 한다. 알코올 총량은 술의 양에다 알코올 농도를 곱하면 된다. 알코올 농도가 4%인 맥주 1000cc라면 ‘0.04×1000=40g’이 나온다.

술을 마신 뒤 커피, 탄산음료를 마시거나 사우나에서 휴식을 취하면 탈수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위산분비를 촉진시켜 속이 더 쓰릴 수 있다.

음주 후 배가 고파지는 이유는 알코올을 대사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저혈당 상태가 되기 때문. 에너지원인 콩나물국, 해장국, 북어국 등으로 탄수화물을 보충하는 게 좋다.

숙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차(茶)로는 칡차, 구기자차, 인삼차, 유자차, 생강차 등이 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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