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조순형號 출범]추미애 “盧는 민주당 가슴에 못 박아”

  • 입력 2003년 11월 29일 0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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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이변은 없었다.

민주당 경선은 막판까지 조순형 추미애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펼친 것으로 분석됐으나 결국 전·현직 대표를 비롯한 당내 각 계파의 지지를 고루 얻은 조 후보의 약 1000표차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의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50대 이상 대의원이 개혁적이면서도 5선 중진으로 경륜을 겸비한 조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1인2표제라는 투표 방식도 조 후보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상당수 중진들은 “1표는 조 후보에게, 다른 1표는 연령과 지역을 안배해 투표하라”는 뜻을 지역구 대의원들에게 내려보냈다는 후문이다.

추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DJ를 언급하며 대의원 감성에 호소하는 연설로 장내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반전을 노렸다.

“김대중 선생이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병원에 감금됐을 때, 이희호 여사는 못으로 휴지에 글을 새겨 민주 동지들에게 뜻을 전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그 못을 민주당의 가슴에 박았다”고 말하면서 울먹여 대의원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이 장면이 대형 TV를 통해 클로즈업되자 몇몇 대의원들도 눈물을 글썽거리며 ‘추미애’를 연호하기도 했지만 막판 뒤집기에는 결국 실패했다. 중도파 일각에서는 추 후보를 원내대표로 추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김경재 후보가 당초 ‘2중(中)’으로 분류됐던 장재식 김영환 후보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호남과 중도파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는 “1, 2, 3위가 모두 노 후보 선대위 출신이다. 노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도록 꾸짖으라는 하늘의 뜻”이라고 말했다. 정통모임 소속 장재식 이협 후보는 각각 4위와 6위에 머물렀다. 한편 이날 막판 유세에서 이 후보는 “노 대통령이 자신을 당선시켜 준 정당의 전당대회에 화환 하나 보내지 않았다. 속 좁은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는 등 모든 후보들이 노 대통령을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처음에 당 지도부는 “평소 전당대회 때도 당원 참석률이 60%대인데…”라며 참석률 저조를 걱정했지만 1만857명의 등록 대의원 중 6622명이 참석하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중 5046명(76.2%)만이 투표에 참가해 일각에선 참석 대의원 수가 일부 부풀려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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