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총무는 28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금의 상황은 한나라당과 청와대간의 정략적 기(氣)싸움이 아니라 의회를 무시한 대통령과 의회간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특검 거부는 재적 3분의 2 이상으로 가결된 국회의 뜻을 무시한 ‘폭거’라는 것이다.
홍 총무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과 자민련도 한나라당과 힘을 합쳐 노 대통령의 폭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야3당 공조를 복원, 재의결 카드를 통해 대치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홍 총무는 이어 “정치의 장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 자민련을 재의결 찬성으로 돌려놓기 위한 협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홍 총무가 최근 민주당과 자민련 소속 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연락처를 확보, 맨투맨식 전화 접촉에 나서는 등 분주히 움직이는 데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홍 총무의 ‘정치적 해결론’은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당내 일부 세력에 일침을 가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여 전면전을 주도했던 이재오 비상대책위원장 겸 사무총장이 이날 홍 총무와 밀담을 나눈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비대위 출범 이후 홍 총무와 이 총장이 별도로 만난 적은 처음이었던 것.
홍 총무는 그러나 “민주당은 분위기가 좋지만 아직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화답은 받지 못했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차츰 고개를 들고 있는 재의결 정국에서 홍 총무의 협상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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