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이라크 깜짝방문 美장병 위로

입력 2003-11-28 18:50수정 2009-09-28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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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라크 극비방문은 첩보영화 같았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즐기던 미국인들도 모두 놀랐다.

총 30시간의 극비 방문작전이 시작된 것은 26일 오후 4시경. 13명의 취재진이 영문도 모른 채 개별적으로 소집됐다. 오후 7시반경 부시 대통령은 야구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휴가지인 크로퍼드 목장을 빠져나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일반 승용차에 올랐다. 텍사스 웨이코의 텍사스주립기술대 활주로에 대기 중인 공군1호기로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45분. 도중에 교통체증을 만났지만 신원을 밝히지 않고 기다렸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때 “3년 만에 처음 교통체증을 겪는다”며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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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부모에게 극비 여행 사실을 알렸다. 부인 로라 여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나 두 딸은 출발 직전 연락을 받았다.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던 인물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핵심참모뿐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또 다른 공군1호기로 갈아타고 이라크로 향하는 동안 공보팀은 동행 취재진에 “계획이 유출되면 공군1호기를 회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은 휴대전화 배터리를 모두 빼야 했다.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백악관 공보팀은 대외적으로 시종 연막전술을 폈다. 부시 대통령이 목장에서 가족과 함께 지낼 것이라며 식사 메뉴까지 태연히 거짓 설명을 했고 이라크 체류 중에는 “크로퍼드에서 세계 전역의 미군 병사들과 통화 중”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바그다드로 가던 중 영국항공(BA)의 조종사가 공군1호기를 알아봐 비밀 여행이 탄로날 뻔했다. BA 조종사가 무선교신으로 “혹시 내가 본 게 미국 공군1호기입니까?”라고 물었고 공군1호기 기장은 공군1호기보다 작은 “걸프스트림5호기”라고 얼버무렸다.

부시 대통령 일행이 탄 공군1호기는 10시간반의 비행 끝에 이라크 영공에 도달했다. 착륙 25분 전부터는 미사일 공격 등을 우려해 기내의 모든 불을 끄고 창문을 가렸다.

27일 오후 5시32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착륙한 부시 대통령은 또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은 차를 타고 5분 정도 이동해 병사들이 기다리고 있던 ‘밥 호프’ 식당에 도착했다. 그러나 장병들에게 곧바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였다.

폴 브리머 미군정 최고행정관은 만찬장에서 최고위 당국자가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읽을 것이라고 말한 뒤 단상 뒤편을 향해 “나보다 더 높은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그 순간 커튼 뒤에서 부시 대통령이 나타났고 영문을 모른 채 1시간 넘게 기다렸던 병사들은 식탁과 의자 위로 뛰어오르며 환호했다. 부시 대통령은 병사들에게 일일이 음식을 나눠주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전쟁터의 장병들과 고락을 함께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 제스처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운동의 하나로 인기를 노린 ‘깜짝쇼’라는 비판도 있다.

2시간반의 만찬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이 탄 공군1호기가 바그다드를 이륙해 안전지대로 빠져 나오자 외신들은 ‘긴급 뉴스’로 그의 방문 사실을 일제히 타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내에서 “이번 방문은 6주 전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제안했다”고 말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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