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직선제” 목청 높인다…이라크 지역대표 간선 반대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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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의 지도자들이 ‘직선 카드’를 들고 나왔다. 15일 미 군정과 과도통치위원회가 발표한 새 이라크 주권이양안은 18개주 대표자들을 선출한 다음 이들이 과도의회를 구성하는 간접선거 방식을 골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아파 최고기구인 이슬람혁명최고위원회(SCIRI) 의장이자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인 압둘 아지즈 알 하킴을 비롯해 시아파 최고 성직자 아야툴라 알리 후세이니 시스타니와 아야툴라 모하메드 사이드 하킴이 한목소리로 직선을 주장하고 나서 미국으로서도 모른 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아파가 직선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라크의 다수파이면서도 역사적으로 권력에서 소외됐던 시아파가 이번만큼은 확고한 지배세력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현재의 간접선거대로라면 새로 선출될 지역 대표들이 미군이 임명하거나 미군 지역 사령관이 후원하는 인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시아파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

미국으로서는 딜레마다. 우선 간접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하고 이라크에서 가능한 한 빨리 ‘손을 털고자’ 하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선거인명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직접선거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미국에 비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불상사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직접선거는 이라크의 종파간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크다. 이미 과도통치위의 수니파와 쿠르드족 출신 위원 몇몇은 “(직접선거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일단 직접선거 방안도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8일 보도했다. 시아파의 협력 없이는 재건작업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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