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강북 유일 이문동 연탄공장

  • 입력 2003년 11월 28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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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연탄을 생산하는 동대문구 이문동의 삼천리연탄공장. 본격적인 겨울을 앞둔 27일 연탄을 나르는 공장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강병기기자
서울 강북지역에서 유일하게 연탄을 생산하는 동대문구 이문동의 삼천리연탄공장. 본격적인 겨울을 앞둔 27일 연탄을 나르는 공장직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강병기기자
서울 강북에서 유일하게 연탄을 찍어내는 곳, 1968년부터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 해온 곳, 동대문구 이문동 삼천리연탄공장.

27일 오후 입구에 들어서자 분진막을 친 공장 건물과 산처럼 쌓여있는 석탄 더미가 눈에 들어왔다. 석탄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공장 건물 안으로 연방 밀려들어갔고 정제 분쇄 과정을 거쳐 3.6kg짜리 연탄이 되어 다시 공장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앞엔 수십 대의 트럭이 줄지어 있고 인부들이 쉼 없이 연탄을 트럭에 옮겨 실었다. 연탄 1장의 공장도가격은 184원, 소매가는 약 300원.

다들 사양산업이라고 말하지만 겨울이 막 시작된 요즘 이곳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이곳의 하루 연탄 생산량은 25만장. 석탄은 매일 900t이 들어간다. 절정기였던 80년대 중반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25년째 이곳에서 연탄을 만들어온 김두용 이사(53)의 회고.

“80년대 중반 서울 전체의 하루 소비량은 800만∼1000만장 정도였는데 우리 공장에서만 200만장을 찍었습니다. 지금은 직원이 22명이지만 그땐 280명이었죠. 오전 5시쯤 나와 오후 10∼11시까지 일했습니다. 80년대 초엔 야간통행금지에 걸려도 ‘연탄 만들다 늦었다’고 하면 봐주곤 했었죠.”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주거환경정비사업을 하면서 연탄 소비량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현재 연탄을 사용하는 시내 가정은 6000가구 내외. 서울시내 연탄공장 20여곳도 하나 둘씩 문을 닫아 지금은 이곳과 독산동에 있는 공장 두 곳뿐이다.

이곳에서 만드는 연탄 가운데 60%는 노원구 상계동, 서대문구 홍제동, 관악구 신림동 등 고지대 주택에 공급된다. 이 외에 화훼단지용이 30%, 군부대 식당 사무실용이 10% 정도. 최근 들어 고기 구이용으로 연탄을 찾는 식당이 늘었고 불경기를 맞아 연탄을 때는 가정도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날 공장에서 만난 배달경력 25년의 장정근씨(48)는 “가정집 사무실 미장원 이발소 복덕방 등 서울과 경기지역에 매일 7000장씩 배달한다”면서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집사람과 함께 정신없이 연탄을 나르며 산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장씨의 부인이 “시간 없으니 말하지 말고 얼른 연탄이나 나르라”고 핀잔을 주었다.

이 모습을 지켜 본 김 이사의 말.

“저것 보세요. 다들 연탄처럼 뜨겁게 살고 있지 않습니까. 분진산업이니 사양산업이니 주변에서 따가운 눈총을 보내도 아직도 연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국민소득 2만5000달러 시대까지 열심히 연탄을 만들 겁니다.”

시인 안도현의 시가 생각났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의 전문)

이광표 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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