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집회 너무 시끄럽다”

입력 2003-11-27 18:31수정 2009-09-28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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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등 대도시 도심에서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빈번하게 열리면서 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고성능 확성기에 의한 소음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집회 시위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주변은 26일에만 민주노총의 노동자대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집회가 열린 것을 비롯해 1년째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가 이어지는 등 아침저녁으로 집회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곳은 지난달 말 ‘대사관 앞 100m 이내 시위 금지’ 조항이 위헌 판결을 받은 직후 민주노총 등이 속해 있는 ‘전국민중연대’가 2004년 말까지 집회신고를 선점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광화문 교보빌딩측은 26일 관할 종로경찰서 민원실에 ‘시설물 보호 요청서’를 냈다.

빌딩 관리업체인 교보리얼코는 요청서를 통해 “연이어 계속되는 노동자들의 집회와 촛불시위로 파생되는 소음으로 빌딩에 상주하고 있는 기업체와 외국 공관들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65데시벨 이상이면 ‘소음’으로 분류되는데 26일 민주노총 집회는 자체조사 결과 90데시벨까지 올라갔다”면서 “빌딩 입주 기업들의 탄원서를 모으는 중이며, 소음피해가 큰 집회 시위가 계속될 경우 법원에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내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빌딩 근무자들도 광화문 반경 수백m까지 또렷이 울려 퍼지는 고성능 확성기로 인한 소음과 행진 시위로 인한 교통혼잡 등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크레디 아그리콜 엥도수에즈 은행의 페트릭스 쿠벤 지점장은 “프랑스는 물론 홍콩 싱가포르 등 여타의 아시아 국가에서 노조활동을 지켜봤지만 (26일 민주노총 집회에서 쓰인) 그렇게 큰 마이크와 노랫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다른 사람의 업무활동을 방해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주한 호주대사관 박영숙(朴英淑) 공보실장은 “소음과 교통혼잡 탓에 최근 며칠간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며 “외부로 나가는 시간약속을 정하기도 힘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현행 집시법상으로는 교보빌딩의 시설물 보호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소음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경찰서 황덕규 경비과장은 “최근 들어 경찰에 광화문 근처 시위대의 소음규제를 요구하는 민원과 신고전화가 빗발치고 있지만 현행법상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이황우(李璜雨)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이익단체들이 자신들의 집회로 타인의 통행이나 업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공권력을 행사한다”며 “한국도 집시법의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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