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스케치]아파트 예술품 새바람

입력 2003-11-21 17:55수정 2009-10-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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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이런 조형물이 들어서다니, 조각공원에 온 것 같아요.”

입주가 한창인 2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의 LG강동자이아파트. 입주자들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아파트 입구에 세워진 이색 조형물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림 같기도 하고 조각 같기도 하고, 신기하다.”

하굣길의 아이들도 작품을 만져보며 어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화제의 이 작품은 서양화가 박수룡씨의 ‘생성+2002’. 이것은 그동안 보아온 상투적인 아파트 조형물과 달리 파격적이고 신선하다.

약 4×5m 크기의 화강석판을 전면에, 약 4×3m 크기의 화강석판을 좌우에 각각 세웠다. 화강석엔 사랑을 나누거나 장난치는 새 두 마리를 중심으로 해와 달, 산과 호수, 새와 두꺼비, 꽃, 집, 각종 상형문자 등을 새겨 넣었고 중간 중간에 하양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색을 칠해 넣었다. 멀리서 보면 한 폭의 추상화 같기도 하고 가까이서 보면 옛 바위그림(암각화) 같기도 하다.

최근 들어 이같이 신선하고 이색적인 아파트 조형물이 늘고 있다.

1995년부터 연면적 1만m²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엔 공공 조형물을 설치하도록 의무화됐지만 특히 아파트의 경우 상투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장 흔한 모습은 어깨동무하고 있는 가족이나 부부(夫婦) 모자(母子)를 형상화한 것. 크기와 조각 수법만 좀 다를 뿐 대부분 그 모습이 그 모습이다. 원 반원 원뿔 직선 등을 조합한 추상적 조형물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

참신한 조형물이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지적에 대한 반성에서다. 참신함에 그치지 않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수준 높은 작품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삼성쉐르빌아파트의 조형물 ‘정류장’. 이 작품은 우산을 쓰고 버스를 기다리는 남자와 그 옆에 앉아 있는 개를 형상화했다. 남자의 신체 표면에 무수한 빗금을 그어 비 내리는 분위기를 극대화했다. 비 내리는 풍경을 통해 서정적인 낭만을 전해주고 기다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파크빌아파트 입구에 설치된 조형물 ‘사람들’도 참신하다. 6개의 금속판에 구멍을 뚫거나 색을 칠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아파트 조형물 가운데 표현방식이 이색적인 데다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듯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3동 푸른마을아파트.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화강석으로 만든 커다란 사람의 발 2개가 눈에 들어왔다. 마주보는 남녀의 발 한 쌍을 조각한 ‘백사장의 추억’. 발 옆으론 물길이 조성돼 있어 마치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발 모양의 섬 같기도 했다. 신선하고 이색적이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의 자랑.

“아파트 발코니에서 이 조형물을 내려보고 있노라면 여름날 백사장을 걸었던 추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우리 아파트의 최고 명물이죠.”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최근 서울시내 아파트에 들어선 참신하고 이색적인 조형물들. 강동구 길동 LG강동자이아파트의 ‘생성+2002’(위), 서대문구 현저동 파크빌아파트의 ‘사람들’(아래 왼쪽), 양천구 신정3동 푸른마을아파트의 ‘백사장의 추억’. -권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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