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 토니 블레어에 외려 득?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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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의 정상회담 직전에 터키 이스탄불 영국 영사관을 강타했던 폭탄테러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입지를 오히려 강화시켜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1일 폭탄테러 소식을 접한 많은 영국인들의 첫 반응은 블레어 총리를 비난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편을 들어 이라크전쟁에 뛰어든 결과 영국을 테러범들의 직접적인 공격목표로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0일 런던 도심을 가득 메운 15만명이 넘는 반전 시위대는 이라크전에서 영국이 미국을 지원한 것에 대한 광범위한 분노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어 총리의 측근들과 여론조사원들은 영국의 여론이 반대로 돌아설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테러피해를 입은 자국민들의 처참한 TV화면이 최근 궁지에 몰린 블레어 총리에 힘을 보태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원 봅 워체스터씨는 "영국민들은 알카에다의 위협과 이라크전쟁을 구분하지 않는다"며 "테러의 여파로 영국민들은 정부가 두 개의 전선에서 더 강력하게 맞서 싸우기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영 일간 가디언에 실린 여론조사에서도 지난 2개월간 이라크 주둔군과 서방 목표물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이어지면서 전쟁반대 비율은 12%포인트 줄어든 41%로 떨어졌다. 반면 전쟁지지 비율은 9%포인트 는 47%로 올라섰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 여론은 자국 군대와 국민들이 폭탄공격을 받는다면 정부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한편 BBC 등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영 정상회담에서 블레어 총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블레어 총리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와 우애를 과시하는데 주력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된 영국인들의 송환과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폐지 등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받아낸 것이 없는 '속빈 강정'격 정상회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와 독일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은 모든 것을 가져갔다. 블레어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바보같은 거래를 했다"며 혹평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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