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다카나시씨 "한국고대사 연구 일본 뿌리 밝히겠다"

입력 2003-11-20 18:20수정 2009-10-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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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다카나시 요시오(高梨 良南·61·사진)씨는 35년 동안 일본 지바(千葉)현의 한 중학교에서 일본어 교사로 일했다. 지바현은 일본의 대표적 공항인 나리타 공항이 있는 곳이다.

“5년쯤 전부터 한국, 특히 한국의 고대 역사가 몹시 궁금했습니다. 일본어를 가르치고 공부하면서 일본의 뿌리가 한국이라는 생각이 점점 더 들더군요. 어순(語順) 등 두 나라 말의 문법이 비슷하잖아요. 이런 것을 연구해보지 못하고 그냥 죽는다면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올 3월 정년퇴직을 한 다카나시씨는 4월 연구계획서와 이력서 등 서류를 들고 홀몸으로 영남대 국사학과를 찾아왔다. 한국고대사 공부를 하고 싶다고 애원하다시피했다. 학교 근처에 원룸을 구하고 당장 필요한 한국어공부부터 시작했다.

“일본 고대 ‘나라(奈良)’시대에서 ‘나라’는 한국어 우리‘나라’에서 온 것으로 압니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 설화 ‘연오랑 세오녀’도 일본 고대사를 기술한 ‘일본서기’에 나오고요. 일본의 옛 농경문화 자료들을 보면서 상당히 한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향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한국 고대사에서 중요한 ‘가야’도 일본 큐슈지방에 가야산 가야 신사(神社)가 있고 일본 곳곳에 백제 신라 고구려 신사가 있는 점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 몇년 동안 그는 방학을 이용해 영남지방을 둘러보기도 했다.

9월 영남대 국사학과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마음 놓고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이번 학기에 공부하는 한국사상사 과목만 하더라도 한국어가 서툰 탓에 공부해내기가 벅차다. 한 자 한 자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한국어로 옮기며 힘들게 공부한다.

“가야의 역사를 깊이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아직 자신이 없지만 일본은 한국의 고대사 가운데 가야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합니다. 두 나라에서 많이 출토되는 마구(馬具) 유물을 연구하면 뭔가 단서를 찾아낼 것 같아요. 가슴이 뜁니다.”

그는 6월 말 고향에서 있었던 딸 결혼식에 잠시 참석하고 곧바로 대구로 날아왔다. ‘공부 리듬’을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대신 딸과 사위를 한국으로 신혼여행 오도록 권유했다.

“너무 성실합니다. 정년퇴직한 다음 달에 바로 한국에 와서 6개월 동안 나름대로 한국어 공부를 하고 대학원에 입학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아직은 본격적인 전공 공부를 하지 않지만 2∼3년 뒤에 상당한 연구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카나시씨의 공부를 지도하는 김정숙(金貞淑) 교수의 말이다.

18일 교정에서 만난 다카나시씨는 “조그만한 호기심에서 공부를 시작했지만 몇년 뒤 한국과 일본의 뿌리에 관한 책을 쓸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두 나라의 고대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많이 가르치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일본 사회에 불리한 듯한 한국 역사는 좀 숨기는 것 같고요. 한국의 고대 역사를 열심히 연구해보는 것은 일본을 위해서도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산=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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