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늦어지나…재계수사-카드부실등 겹쳐

입력 2003-11-20 17:55수정 2009-10-0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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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닥 탈출 기미를 보이던 한국경제가 재계에 대한 검찰수사, 신용카드사 부실문제 등 예기치 못한 ‘복병(伏兵)’을 만나 다시 추락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 경제의 회복으로 수출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정치자금 수사로 냉각된 대기업의 설비투자 위축, 카드사 부실문제에 따른 민간소비 위축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 다시 한번 수렁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허약체질 한국경제에 합병증 우려=최근 터져나오고 있는 악재들은 외환위기 후 정부의 대기업 및 은행권 구조조정, 벤처 열풍 이후의 증시 붕괴 등과 비교할 때 강도가 더 크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제 주체들의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어 체감 충격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잇따른 거품 붕괴 과정에서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은 체력이 약화된 뒤 미처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 개인이나 가계도 신용불량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등 경제 주체들이 허약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수출만 바라보는 경기회복 기대감=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 경제가 회복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10월 중 전년 동기 대비 25.7%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인 수출을 빼면 경제회복 조짐을 알리는 실물지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 내수경기 지표인 도·소매업 판매는 2월 이후 8개월째 마이너스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李秉允) 연구위원은 “경영난을 겪는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를 축소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인 것,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 것 모두 민간소비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설비투자도 9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기업들은 검찰수사의 향배를 지켜보며 투자시기를 늦추고 있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재계 총수에 대한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내년 설비투자 계획 등 새해 사업계획을 결정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트리플 딥’으로 이어질 수도=일부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짧은 기간에 세 번이나 꺾이는 ‘트리플 딥(Triple Deep)’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丁文建) 전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의 제조업 버블 붕괴, 2000년의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올해의 가계신용 버블 붕괴 등 한국경제는 한번도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최근 6년간 3번이나 겪었으며 지금은 작은 충격에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양대 경영학부 예종석(芮鍾碩) 교수는 “설비투자가 꽁꽁 얼어붙어 있는 상태에서 최근 재계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는 기업인들에게서 ‘기업하려는 의욕’을 빼앗아 경기를 다시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도 “최근의 악재들은 경기회복 시기를 크게 늦출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국제 테러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재발, 세계 경제회복세 둔화 등 외적인 요인이 겹칠 경우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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