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이야기]뉴욕/시대 넘나드는 '뮤지엄 마일'

입력 2003-11-20 16:53수정 2009-10-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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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전경. 수많은 관광객과 뉴요커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위). 독특한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는 구겐하임미술관. 나선형으로 된 전시공간의 총길이는 25마일이나 된다(아래).사진제공 정희경씨

이달 초순 뉴욕에서 열렸던 소더비 미술품 경매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세잔도 피카소도 자코메티도 아닌 클림트였다. 그의 풍경화가 경매 사상 최고가인 2800만달러에 팔린 것은 함께 출품됐던 다른 작품보다 희소성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경매에서는 클림트를 포함해 최고가 기록이 6개나 쏟아져 나왔다. 이는 시중 자금이 불안정한 뉴욕 증시를 떠나 경매시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해석도 있다.

경매시장에서는 자금이 차고 넘치지만 ‘평균 뉴요커’들이 유명 미술품을 소장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그래서일까. 뉴욕에서는 박물관 미술관이 꽤 인기를 끈다. 시내 한가운데 넓고 쾌적한 공원과 함께 위치해 있어 뉴요커의 문화적 욕망을 채워주기에.

‘뮤지엄 마일.’

뉴욕시가 정한 미술관이 밀집한 지역의 이름이다. 센트럴파크를 서쪽으로 끼고 5번 애비뉴 선상에 있는 80스트리트부터 104스트리트까지를 일컫는다. 뉴욕의 대표적인 미술관인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현대미술의 메카인 ‘구겐하임미술관’이 이웃하고 있으며 ‘뉴욕시립미술관’, 디자인박물관, 사진박물관 등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9개나 있다. 그 사이 사이 소규모 개인 미술관까지 있어 수십 개의 미술관이 집결돼있는 곳이다.

80스트리트부터 무려 여섯 블록에 걸쳐 자리한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이곳의 소장품은 300만점이 넘어 고전부터 현대까지 시대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1층에는 카사트, 코울, 호머 등 대표적인 미국 화가들의 회화, 조각, 공예품을 전시해놓은 미국 전시관이 있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이집트 유럽의 조각 및 장식미술품 전시관도 함께 있다. 그리스 로마의 화려한 중세 미술과 마티스 피카소 등 현대작품도 볼 수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한국 미술을 비롯한 동양 미술을 만날 수 있다. 19세기 회화 및 조각들과 고야, 렘브란트의 소묘나 판화도 있다. 한국 미술품의 내용이 너무 초라해 한국정부의 ‘문화 수출 정책’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2층을 더 둘러보면 선사시대부터 로마시대까지 키프로스 미술의 정교한 화려함을 볼 수 있는 조각, 금속세공품, 페르시아 제국의 공예품이 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것들이다.

기획전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내년 1월 11일까지는 현대 미술의 대가 엘 그레코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세잔 피카소 폴락에게서 영향받은 그의 작품을 보고 나와 센트럴파크 벽을 따라 걸으며 인간에게, 나에게 감성이 존재한다는 것에 가슴 뿌듯해짐을 느낀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뉴욕에서 가장 독특한 빌딩으로 인정받고 있다. 혹자는 ‘건축과 회화의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뛰어난 건축물이다.

25마일에 이르는 나선형 전시공간에는 현대미술들이 걸려있다. 폴 크리, 샤갈이 남긴 신비한 빛은 92피트 높이의 돔형 천장에서 쏟아지는 태양빛 아래서도 바래지 않는다.

칸딘스키의 바우하우스 시절 추상화를 통해 20세기 초반의 미술세계를 읽어보는 것도 흥미진진하다. 기획전이 열리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더니 1960년대 팝아트의 대가 제임스 로잔키스의 작품이 펼쳐져 있다. 화려한 원색이 아름답게 조화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형 광고판 제작으로 유명해진 그의 미술세계는 미니멀리즘의 극치다.

이탈리아의 전설적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전도 있다. 그의 상업영화, 다큐멘터리, 인터뷰 등이 상영되고 있으며 그가 남긴 스케치 사진 콘티 등이 전시되고 있다.

나는 구겐하임미술관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이 열릴 때 첫 전시로 한국의 대표적 설치작가 백남준씨의 작품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준 높은 의식에 박수를!

103스트리트에 자리 잡고 있는 뉴욕 박물관. 붉은 벽돌과 하얀 돌기둥, 대리석 바닥과 층계는 뉴욕에서 가장 우아한 박물관이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하다. 전체 다섯층인 전시공간에는 역사적 배경부터 ‘뉴욕스러운’ 모든 것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을 찬찬히 둘러보려면 네다섯 시간은 족히 걸린다. 하지만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해 뉴욕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면 뭐 그리 대수랴.

스미스소니언 재단에서 운영하는 국립디자인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앤드류 카네기의 고풍스러운 대저택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디자인과 생활용품이 만나 이뤄낸 아름다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곳이다. 가구, 컴퓨터부터 칫솔까지 디자인이 현대사회에 주는 영향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이밖에 갈 곳은 많다. 독일문화원, 유대박물관, 사진박물관 등. ‘뮤지엄 마일’ 안에서 시대를 만나고 세계를 만난다. 발 편한 신발과 여유로운 마음만 있으면 된다. 지친 발걸음을 쉬어갈 센트럴파크 벤치들도 그곳에 있으니까.

정희경 페이퍼플러스컵 디자인스튜디오 대표aprilhk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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