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상대로 범칙조사한 국세공무원 화제

입력 2003-11-18 16:52수정 2009-09-28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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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세무공무원이 조직 폭력배가 운영하는 대형 유흥업소 수십 곳을 대상으로 탈세 사실을 추적해 검찰에 고발한 사실이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경기 의정부세무서에 근무하는 이훈구(李勳九·38) 조사관. 6급 공무원인 이 조사관은 최근 검찰과 함께 의정부 일대에서 단란주점과 룸살롱 등을 운영하면서 거액의 세금을 빼돌린 20개 업소, 32명의 사업자를 조세포탈범으로 고발했다.

"조폭이 운영하는 유흥업소는 대부분 경제적 무능력자의 명의를 빌린 '바지 사장'을 내세우기 마련이죠. 국세청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바지 사장이 자기가 운영했다고 우기면 실제 사업자를 찾아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검찰과 공조하는 것. 때마침 의정부지청에서도 의정부지역 최대 폭력조직의 두목이 대형 룸살롱을 운영하면서 28억원의 세금을 체납한 사건을 재수사하겠다며 이 조사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검찰만의 일이 아니었어요. 세금을 거둬들이는 국세청의 일이기도 했죠. 검찰에 바지 사장을 이용해 세금을 빼돌리는 조폭을 모두 찾아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조사관은 국세종합전산망(TIS)을 이용해 관내 유흥업소의 세금납부 현황을 정밀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유난히 자주 바뀐 61개 업소에 부과된 143억원의 세금이 결손처분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손처분 이유는 명목상 사장인 바지 사장의 재산이 없다는 것.

"일부 조폭은 자신의 어머니나 부인, 부하를 바지 사장으로 내세웠더군요. 6개월~1년을 주기로 개업과 폐업을 반복했죠. 신용불량자가 많은 탓에 세금을 추징하기도 힘들었죠."

이 조사관은 별도로 조세범칙조사를 실시해 실제 사업자 11명에게 63억원의 세금을 추징하는 개가도 올렸다. 또 은닉 재산 10억원을 찾아내 현금으로 징수하고 시가 21억원 상당의 부동산 등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조사과정에서 '같이 죽자'며 세무서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도 있었어요. 하지만 탈세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한 뒤 세금을 추징하는 게 저의 몫이었습니다."

국세청은 18일 이 조사관의 공로를 인정해 '11월의 국세인'으로 선정하고 승진 혜택 등을 주기로 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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