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자녀와 함께 30분 책읽기/전문직 주부 황훈정씨

입력 2003-11-18 16:42수정 2009-09-2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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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를 운영하는 황훈정씨(33·서울 강남구 대치동)가 아들(5)과 책을 읽기 시작하는 시간은 오후 8시30분. 취업주부가 그렇듯이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치과에서 집까지 종종걸음으로 돌아와 베이비 시터와 바통터치한 뒤 저녁을 먹고 집안을 정리하고 나면 이 시간이 된다.

“더구나 주말부부예요. 저녁시간 구승이와 둘만 있는데 텔레비전 보기도 그렇고 오후 8시30분을 책 읽는 시간으로 정해두니 아이도 이 시간이 되면 놀다가도 책을 가져옵니다.”

그래봤자 책 읽는 시간이 한 시간을 넘지 못한다. 한창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3∼4권을 읽어주면 다시 장난감을 갖고 왔다갔다 한다는 것. 그래도 황씨에게는 이 시간이 아이와 얘기도 할 수 있고 정도 나눌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시간.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구승이는 낮시간 함께 있지 못하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것 자체를 즐기는 눈치다.

치과의사 황훈정씨가 저녁시간에 아들 구승이와 함께 책을 보고 있다. 황씨는 퇴근 뒤 시간을 정해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박영대기자

주로 읽어주는 책은 책대여업체에서 매주 배달해주는 것들. 황씨가 좋아하는 책과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항상 일치하지 않아 선택한 방법이다. 황씨는 아무래도 신문의 서평에 나오거나 무슨무슨 상을 탔다는 책을 고르는데 아이는 단순하고 평이한 책을 좋아한다.

이중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는 일주일에 몇 번이나 읽어주는 책. 아예 멜로디를 붙여 함께 외우기도 한다. 또 ‘까만 크레파스’는 까만색을 좋아하는 구승이가 정서상 문제가 있지나 않나 걱정했던 황씨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었다. 까망이는 알록달록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만 알록달록 색깔을 화려한 불꽃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는 내용의 책인데 구승이는 자신도 모르는 까만색의 신비함에 매료됐는지 정말 좋아했다. ‘구름공항’은 글씨가 없어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기 때문에 읽어주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아이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었다.

황씨는 최근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쉽게 책을 얻을 수 있어 책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대형서점이 오후 8시30분까지 문을 여는데 착안해 함께 아이와 저녁나들이를 할까 계획 중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는 수고와 더불어 즐거움도 있고 또 당장 사주지 않고 뜸을 들였다가 원할 때 사주면 아이가 아껴서 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읽기가 구승이에게 많은 지식을 전해주는 수단이 되기보다는 엄마와 함께 보낸 추억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 시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고 커서도 이 때 읽은 책들을 아련한 추억이 샘솟는 책으로 기억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수요일 ‘KIDS’섹션은 ‘자녀와 함께 30분 책읽기운동’(공동위원장 박철원)을 후원하기 위해 매월 1회 모범적으로 책 읽는 가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는 가정은 간단한 소개의 글을 우편((우)110-715 서울 종로구 세종로 139 동아일보 ‘KIDS’ 섹션 담당자 앞)이나 e메일(kissbooks@donga.com)로 보내주십시오. 담당기자가 그 중 가장 모범적인 가정을 골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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