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곽수일/‘CEO 氣살리기’ 보고싶다

입력 2003-11-17 18:39수정 2009-10-1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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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학교를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취직자리를 구하는 모습은 불쌍한 경지를 지나 처절하게 느껴진다. 한 예로 어느 대기업에서 신입사원 50명을 뽑으려고 인터넷으로 원서를 접수했더니 2만5000명이 몰려들어 500 대 1의 경쟁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 경제의 발전초기 단계인 1960년대에도 없던 것이다. 취직이 그렇게 어려웠다는 당시에도 취업 경쟁률은 몇십 대 일이었지 몇백 대 일은 아니었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 창출 ▼

또 하나 우리 생활 속에서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다. 가계 부채가 쌓여감에 따라 신용불량자가 눈덩이처럼 늘더니 드디어는 온 가족이 자살하거나 가장이 가족을 뒤로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일단 신용불량자가 되면 본인뿐 아니라 온 가족에게 고통을 주는 비극이 벌어지게 마련이다.

취업난이나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직업창출정책을 세우고 신용불량자에 대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정부정책은 어디까지나 불끄기 위한 대책이다. 정부가 스스로 직업을 창출해내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고, 정부가 만들어내는 직업은 일종의 복지정책에 그칠 뿐이다. 결국 취업난을 원천적으로 해결하려면 우리 경제에서 기업 활동을 늘려 직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기업만이 직업을 창출해낼 수 있다.

가계부채의 증대로 발생하는 신용불량자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 감면 정책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해법은 신용불량에 대한 도덕적 해이만 발생시킬 것이다. 부채를 감면받은 사람이 다시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은 쉽게 내다볼 수 있다. 따라서 신용불량자의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하는 길은 기업 경제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모든 국민의 소득을 증대시켜 부채를 갚게 하는 것이다.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는 것도 기업이 가치를 창출해내서 부를 증대시키는 길뿐이다.

이처럼 직업을 늘리는 것도 기업이고 소득을 늘리는 것도 기업이다. 기업은 결국 최고경영자라는 사람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다루는 모습을 보자.

특히 정치자금과 관련해 자의든 타의든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들이 문제가 되면서 모든 최고경영자를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출국금지 당하거나 검찰에 소환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말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내년도 사업계획이나 투자계획조차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불안 초조 속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이다. 일단 대기업이 제대로 사업과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면 여기에 관련된 중소기업도 사업과 투자계획을 세울 수 없다. 이런 식의 불안정한 현상은 밑으로 내려가 동네의 구멍가게에서 택시 운전사들에게 이르기까지 경제의 불확실성을 확산시키게 된다.

따라서 현재 우리 경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의욕을 돋우고 격려하는 정책과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최고경영자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는 가운데 나날을 보내면 그 만큼 경제에는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올 것이고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킬 것이다.

▼진취적 사업계획 나올수 있게 ▼

또한 우리 기업들도 경제외적 상황에 영향을 받아 침체돼 있기보다는 이런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모든 것이 와해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 속에서도 새로운 발전을 성취할 수 있는 존재다. 바로 지금이 정도경영을 할 때다. 모든 것의 기본을 튼튼하게 하는 기업이 될수록 더욱 발전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가 사회생활 속에서 직업을 창출하는 것도 기업이고, 소득을 올리는 것도 기업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신제품을 만들어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것도 기업임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의욕을 돋우고 격려하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가 응원을 보내자.

곽수일 서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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