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경제교육 참관기]'주니어 어치브먼트 코리아' 현장

입력 2003-11-17 17:59수정 2009-10-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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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돈’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부자(富者)’되는 법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값이 봉급생활자 수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게 되고, 40대에 직장을 떠나야 하는 각박한 근로 여건을 반영한 현실론이다. 하지만 어떤 부자가 돼야 하는지는 관심 밖이다. 자칫 돈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되고, 자신의 이익을 침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하지 않는 이기적 인간형에 치우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돈을 버는 방법보다 돈을 통해 들여다본 사회의 작동 원리를 가르치고 건전한 공동체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의 가치를 알고 이에 봉사하는 ‘청렴한 부자(청부·淸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쟁과 협동 ▼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 정목초등학교 2학년 2반. 국제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의 한국 지부인 ‘JA(주니어 어치브먼트)코리아’의 수업이 시작됐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칠판에 적힌 네 글자로 옮겨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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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옆에 걸린 포스터에서는 제과점 주인, 피자 배달원, 경찰, 지붕 수리공 등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일일교사를 맡은 산업은행 송광현(宋廣現) 차장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피자를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대답은 제각각이다.

“엄마한테 만들어 달라고 해요.”

“가게에서 사서 집에서 데워 먹어요.”

송 차장이 답을 했다. “엄마가 해 줄 수도 있지만 피자가게에 주문을 하는 게 편하지요. 그러면 아저씨가 배달을 해줘요. 피자가게 아저씨는 여러분들이 피자를 먹을 수 있게 열심히 맛있는 피자를 만들어요.”

이어 열린 가게 놀이. 그룹을 지어 ‘달콤 오 도넛’ 가게를 경영한다. 빈 가게를 얻고, 재료를 사고, 주방장을 고용해 도넛을 굽고 사람들에게 판다.

여기까지는 쉽다. 하지만 수입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은 다소 어려운 논리.

“피자를 배달하려면 전화도 있어야 하고 길도 잘 닦여 있어야 해요. 이런 일을 누가 해 주나요. 정부가 해 줘요. 여러분들은 정부에 돈을 줘서 이런 일들을 해달라고 하면 돼요.”(송 차장)

이제 하고 싶은 일을 고르는 차례다. 포스터에 있는 수많은 직업이 선택됐다. 송 차장이 시청각 교재에서 줄다리기 장면을 보여줬다.

“자기편이 이기려면 함께 열심히 줄을 당겨야 해요. 이게 협동이에요. 하지만 다른 편 사람이 자기 발을 걸면 안 되겠지요. 경쟁은 좋지만 다른 사람을 괴롭히면 안 돼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경쟁도 하고 협동도 해야 해요.”

▼부자에서 청부로 ▼

요즘 청소년들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물으면 ‘부자’라는 대답이 의외로 많다. 직업이 아닌 재산 정도를 말하는 것이다. 반면 어떻게 돈을 벌고 쓸 것인지는 무지(無知)에 가깝다.

정목초등학교 이종옥(李宗玉) 교장은 “학년이 높을수록 부자가 되겠다는 아이들이 많지만 실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는 모른다”며 “돈 씀씀이가 커지면서 돈을 중요시하는 아이들은 많지만 돈이 갖고 있는 내면의 가치는 중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풍요가 가져다 준 역설인 셈이다. 이 때문에 최근 청소년 경제교육은 돈을 통해 들여다 본 사회 공동체의 역할과 기능을 가르친다. 그 속에서 개인과 기업, 정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실제 JA코리아의 초등학생용 수업교재를 보면 돈을 가르치기보다는 공동체를 학습시킨다.

1학년의 경우 ‘우리 가족’이라는 주제로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누구로부터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를 소개한다.

이는 2학년의 ‘우리 마을’, 3학년 ‘우리 도시’ 등으로 확대돼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체득할 수 있게 한다. 6학년이 되면 ‘우리 세계’라는 주제로 국가간 무역을 통한 협력을 깨닫게 한다.

중고교생들은 주식회사를 차려 사업계획 수립, 이사회 구성, 배당 등을 하는 모의실험을 하도록 구성돼 있다.

각 과정에서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돈을 벌되 사회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회 각 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일일교사로 참가하고 있어 교사들의 수업보다 현장감이 높다는 평가다.

JA코리아 여문환(呂文煥) 수석연구원은 “기업과 정부를 이해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건전한 경제생활을 하는 ‘청부’를 일깨워주는 게 최근 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어디서 가르치나 ▼

미국에서는 공익재단과 기업들이 청소년 경제교육에 나서고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미국 공익재단은 JA코리아와 데카코리아.

JA코리아는 1919년 설립돼 지금까지 3900만명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미국 151개 도시, 세계 11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데카코리아는 1946년 설립돼 주로 마케팅과 청소년 창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국 기업으로는 비씨카드가 최근 금융감독원과 함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신용불량의 위험에 대해 홍보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특별위원회나 통계청, 국세청 등도 미국의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로 퀴즈나 만화를 통해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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