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후원금 300억 증발' 미스터리

입력 2003-11-16 16:27수정 2009-09-2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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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표를 지낸 정대철(鄭大哲·현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에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민주당후원금 증발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노 대통령이 또 민주당 분열공작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강 회장은 16일 새벽 검찰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노 대통령이 민주당 장부에 300억원이 남아 있지만 실제 금고는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썩어빠진 관행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느낌을 받았다"며 "노 대통령의 탈당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강 회장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후보경선 후 민주당 회계장부에 기재된 300억원이 금고에서 사라진 일 때문"이라고 주장했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강 회장을 통해 또다시 민주당 분열공작에 나섰다"고 규정하면서 "강씨는 노 대통령의 재정담당특보냐, 대변인이냐"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민주당은 후원금 증발에 대해 사실을 분명히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강씨와 열린 우리당은 돈이 어떻게 오고갔는지 입증하는 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300억 증발' 주장의 핵심

강 회장의 '폭로'과 관련돼 있는 열린우리당 측의 주장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후원회 장부에는 돈이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 금고에는 한 푼도 없었다는 것이다. 정대철 의원이 200억원이 사라졌다고 말한 것은 이 대목을 의미한다.

둘째 후원회에서 중앙당으로 돈을 전달한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그 액수의 돈이 당에는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측은 이를 근거로 거액의 회계부정이나 횡령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회계에 큰 문제가 있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 즉, 선거비용으로 돈을 미리 당겨쓰고 장부 정리는 나중에 했다는 의미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후원회 금고에서 돈을 미리 당겨 쓰거나, 외부에서 돈을 빌려 쓴 뒤 나중에 걷은 후원금에서 갚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권노갑 전 고문이 총선 전 외부에서 110억원을 빌렸다가 이중 일부만 갚고 일부는 못 갚았다고 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돈이 과연 선거자금 등 공적 용도로만 쓰였는지, 아니면 일부는 중간에 유용됐는지가 문제의 초점이다.

◆민주당-열린우리당-한나라당 입장

▽민주당

민주당의 김재두(金在斗) 부대변인은 "강씨가 측근비리와 불법대선자금으로 궁지에 몰린 노 대통령과 신당을 대변하고 나섰다"며 "강씨는 노 대통령의 재정담당특보냐, 대변인이냐"고 비난했다.

그는 "강씨 주장대로라면 노 대통령은 노 캠프의 모든 금전출납 상황뿐 아니라 후보가 된 직후부터는 민주당의 재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반증"이라며 "이는 지난 대선에서 노 캠프가 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합법 불법 자금에 대해 노 대통령이 몰랐다고 말할 수 없는 사유"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측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후원금 문제는 실제 선거운동에서 법정 한도액을 다 써버리자 중앙당 후원회로부터 돈을 끌어다 쓰고 나중에 일부를 채우는 편법을 사용하면서 장부상에 실제 잔액과 장부잔액 간 차이가 발생한 것이고 이는 정당회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이 끝난 후인 12월20일과 30일에 민주당 중앙당후원회에서 민주당에 넘겼다고 선관위에 신고된 135억원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한 고위 당직자는 "정당 회계관행을 뜯어고쳐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몰라도 이를 자꾸 언론에 흘리는 것은 민주당을 흠집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면서 "민주당의 분열을 노린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구주류측의 개인착복 또는 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파렴치한 절도행위"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대선전 민주당의 계보 양태를 보면 후원회에 들어온 돈들이 보스들의 계보 관리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다"며 "민주당은 자꾸 물증을 대라는데 장부에 있어야 할 돈이 없다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상황증거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 의원은 "단돈 1만원만 훔쳐도 교도소에 가는데 국회의원은 수십, 수백억을 훔치고 해먹어도 `무죄'이기 때문에 도매금으로 `도둑놈'으로 불리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일반인 범죄보다 훨씬 무겁게 다뤄 정치권을 쇄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대선 때 선대위 유세본부장이었던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선거운동전에 당에 돈이 한푼도 없어 본부장들이 2000만원씩 냈다"며 "선대위를 만들 때 그쪽(구주류)에 문제제기를 했으나 선거가 시작되면서 따지지 못하고 흐지부지돼 넘어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선대위에 참여했던 분들은 중앙당 회계장부에서 증발한 후원금이 어떤 것인지 알 위치에 있지 않았다"면서 "어차피 의혹이 불거진 만큼 민주당이 진상을 밝혀야하고 검찰도 나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한나라당의 조해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 공식 후원금 300억원이 증발했으며 이게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경심의 결정적 이유라는 강금원 회장의 주장이 노 대통령 관련 의혹에 물타기를 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후원금 증발사건을 국민 앞에 진솔히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박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금원씨가 지난해 대선 때 민주당에 20억원 빌려줬다가 최근 이자까지 쳐서 돌려받았다고 밝혔는데 진짜 돈을 돌려받았는지 의문"이라며 "강씨와 열린우리당은 돈이 어떻게 오고 갔는지를 입증하는 증빙자료 일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박 대변인은 또 "11월1일 노 대통령과 강씨 부부 간 골프 회동을 주목한다"며 "노 대통령이 강씨를 만나 한나절을 보내며 특검수사에 대비한 말 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디지털뉴스팀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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