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정책보좌관 도입 6개월] 官街 시선 싸늘

입력 2003-11-14 18:41수정 2009-09-2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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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후 공무원 조직에 ‘개혁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명분으로 4월에 신설된 장관 정책보좌관제도가 도입 7개월이 넘도록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부처에서 역할 및 전문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고 일부 부처에서는 인사개입설로 잡음을 빚는 등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에서는 정책보좌관제도를 폐지하거나 외부에서 선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실태와 문제점=본보가 14일 정부 각 부처를 취재한 결과 제도 도입대상 19개 부처 가운데 15개 부처에서 2∼4급(국장급 및 과장급) 상당의 정책보좌관 23명을 임명했다.

반면 기획예산처 등 나머지 4개 부처는 정책보좌관의 필요성을 못 느끼거나 적임자를 찾지 못해 한 명도 임명하지 않았다.

현재 운영되는 정책보좌관제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 제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행정자치부는 김두관(金斗官) 전 장관의 한 정책보좌관이 인사와 결재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아 직원들의 반발을 샀다.

박용식 행자부 공무원직장협의회장은 “허성관(許成寬) 신임 장관에게 전임 정책보좌관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이 제도의 폐지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해 허 장관에게서 ‘나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 사회부처 정책보좌관 K씨는 공식임명되기 전부터 간부들에게서 업무보고를 듣는 등 ‘과잉의욕’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특히 경제관료의 경우 전문성 부족이 자주 지적된다. 한 경제부처 간부는 “정책보좌관의 전문성이 전문 관료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다 청와대에 간부들이 파견돼 있어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이 제도가 국가예산을 이용해 여권과 가까운 인사들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밥자리 챙겨주기’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책보좌관들, “우리도 고민 많다”=현재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인사들도 고충을 털어놓는다. 특히 기존 관료조직과의 ‘화학적 융합’에 대한 고민이 많다.

재정경제부 전재수 정책보좌관은 “정책보좌관은 개인의 역량에 따라 미처 관료에 파묻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장관을 커버해줄 여지가 많다”며 “다만 업무에 대한 정형화된 틀은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 정진태 정책보좌관은 “외부에서 와 부처의 흐름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따로 보고해주는 사람도 없고 직접 보좌해 줄 공무원도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농림부 오내원 정책보좌관은 “정책보좌관제는 잘 짜여진 기존 관료 조직이 편향된 시각을 갖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며 “다만 제도를 활성화하려면 기존 관료조직과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회의의 제도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선방안은 무엇인가=국민대 정성진(鄭城鎭) 총장은 “자칫 정책보좌관이 ‘대선 공신(功臣)’을 위한 자리이거나 기존 조직을 감시하는 직책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굳이 계속 운영하려면 정책 개입보다는 민간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金光雄·행정학) 교수는 “정책보좌관은 싱크탱크처럼 장관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해당 업무에 대한 정책적 비전과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행정학과 이종수(李鍾秀) 교수는 “정책보좌관제는 당초 부처 장악력이 약한 장관들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타성에 빠진 기존 관료조직에 자극을 준다는 측면은 있다”며 “그 대신 전문성이나 관료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사람이 오면 제도 취지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투명하고 객관적인 임명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에서는 폐지 주장=한나라당 김영선(金映宣) 대변인은 “장관 정책보좌관제도는 당초 장관의 정책수립 기능을 보좌한다는 취지와 거리가 먼 위인설관(爲人設官)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는 문제점이 드러난 이 제도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변인은 또 “이들의 인건비, 사무실 운영비 등에 따른 소요예산이 약 18억원에 달한다고 한다”며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국민의 혈세를 불필요한 분야에 낭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국정자문위원장도 “정책보좌관제도는 형식은 각 부처에서 일을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청와대에서 직할하는 ‘정치 장교’로서 상당한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원 철수’를 요구했다.

그는 “대부분이 정치권, 특히 민주당 출신 중에 ‘노무현 사단’의 직계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상태”라며 “정책보좌관제도는 대통령령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노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즉시 폐지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 입법으로 폐지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 @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처별 정책보좌관 현황
부처이름나이직급주요 경력
재정경제부전재수33과장급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행정관, 대통령직인수위 행정관
교육인적자원부김동환38국장급민주당 설훈 의원 보좌관
심충보47과장급서울 신림고 교사, 서울 계성여고 교사
통일부전봉근45국장급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KEDO 정책부 담당관
법무부이병래34국장급법무법인 세종·지평 변호사, 서울지방법원 예비판사
양난주35과장급성공회대 비정부기구 대학원 연구원참여연대 정책위원
행정자치부윤후덕46국장급해양수산부 장관정책보좌관, 도서출판 ‘세계’ 대표
과학기술부권재철33과장급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비서관새시대전략연구소 정책연구위원
문화관광부이영진47국장급민족문학작가회의 정책위원장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연구소장
조한기37과장급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의원보좌관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문화정책연구소 사무국장
농림부오내원47국장급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
이병호48과장급참여연대 운영위원,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산업자원부정진태50국장급경원제지 노조위원장, ‘인터넷 오디세이’ 대표
정보통신부최수만42국장급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민주당 전문위원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보건복지부이상영49국장급행정고시 26회(내부 임용)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 기획예산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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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양상현39국장급녹색환경모임 이사, 월간 ‘정세연구’ 편집위원
이미영36과장급여성환경연대 사무국장, 경실련 환경개발센터 연구원
노동부고성범43국장급한나라당 서상섭 의원 보좌관, 인천지역 노동운동가
정종승40과장급민주노총 사무금융노련 정책국장대우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정책국장
여성부김영옥45국장급한국여성벤처협회 자문위원, 한국여성개발원 연구위원
조정아36과장급서울시 복지여성국 늘푸른여성팀장경기도 여성정책국 정책개발팀장
건설교통부박인복42국장급대통령비서실 공보비서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편의상 2,3급은 국장급, 4급은 과장급으로 분류. -자료:행정자치부, 각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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