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시청뜰에 '전두환 나무' 라니…"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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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초 입주를 앞둔 광주시 신청사 부지에 전두환(全斗煥)씨 등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 당사자들이 기념 식수한 동백나무(사진) 등이 옮겨 심어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내년 3월 완공 예정인 서구 상무신도심 신청사내 5000여 평 규모의 ‘시민휴게공원’ 안에 폭 23m, 길이 40m의 타원형 동산이 조성되고 있다.

이 동산에는 1974년 김재완(金在浣) 시장이 임기를 마치면서 심은 향나무를 비롯, 최인기(崔仁基), 송언종(宋彦鍾), 강운태(姜雲太) 전 시장 등 20여 명의 기념식수가 기념 표지석과 함께 이식돼 있다.

이들 기념식수 가운데 전두환씨가 1987년 2월 4일 대통령 임기 말 광주시청을 방문해 심었던 동백나무(높이 3.5m)도 포함돼 있다. 이 나무는 당초 계림동 청사에 전씨의 기념식수 사실을 알리는 표지석과 함께 심어졌으나 표지석은 전씨가 5·18 관련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이미 사라진 상태여서 종이표찰만 붙어있다.

이와 함께 5·18당시 국방부장관으로 광주진압을 주도한 혐의로 전씨 등과 함께 기소됐던 주영복(周永福)씨가 1984년12월 내무부장관 자격으로 광주시청을 방문해 심은 은목서(높이 2.5m)도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5·18 관련단체 등은 “시대정신과 지역정서를 살피지 못한 부적절한 처사”라며 이들 기념식수를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살아 있는 나무를 죽이기는 곤란해 옮겨심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광주=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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