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장관 바뀔때마다 춤추는 정책

입력 2003-11-13 18:23수정 2009-10-1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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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선 희한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환경미화원 복장을 한 사람들이 ‘무소신 행정’ ‘지역이기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쓰레기(소형 박스, 깡통 등)들을 빗자루로 쓸어 담고 있었다. 이들은 전남 나주시의 ‘광주 전남 합동청사 유치 추진 비대위’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최근 허성관(許成寬) 행정자치부 장관이 “광주 전남 합동청사를 광주에 지을 수도 있다”며 전임 장관의 결정을 번복한 데 반발해 이날 상경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신정훈(辛正勳) 나주시장도 5일부터 8일까지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빗자루를 들고 행자부의 정책 번복을 비판하는 단식농성을 벌였다.

신 시장과 비대위는 “행자부가 올 5월 현지 실사를 거쳐 나주시를 청사 건립지역으로 확정한 뒤 토지매입금 등 17억4500만원의 예산까지 요청해 놓고도 허 장관이 갑자기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정책을) 뒤집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행자부가 ‘2004년도 정부예산안 사업 설명자료’에 청사 건립 장소로 나주시 남평읍 대교리로 명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두관(金斗官) 전 장관은 최근 “땅값과 교통, 합동청사의 효율성을 수차례 검토한 끝에 행자부 실무진이 나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행자부는 “광주시가 더 싼값에 땅을 제공한다면 예산절감을 위해 청사 건립 장소를 옮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예산안은 초안에 불과했다”는 다소 옹색한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장관이 바뀐 이후 정책이 바뀐 사례 중 하나다.

9월 중순 행자부 장관이 바뀐 뒤 정책들도 덩달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장관 시절 전국공무원노조는 민주노총 등을 통한 대리신고를 거쳐 사실상 집회를 해 왔다. 전공노는 올봄에 서울 종묘공원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전공노가 참석했던 공공연대 주관 집회는 불법으로 간주돼 경찰력이 투입됐다. 전공노측은 “최근 민주노총 등이 집회신고를 할 때 ‘전공노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써야만 집회허가가 난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다. 허 장관은 매수 수요일 언론을 상대로 시행했던 수요브리핑을 중단시켰고 매주 월요일 구내방송으로 생중계했던 실국장회의를 비공개로 바꿨다. 매달 있었던 직원간 만남의 자리도 온데간데없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덩달아 뒤집어지는 바람에 소모적인 갈등과 논란이 반복되는 일이 언제까지 되풀이되어야 할까. 국가의 정책은 일관성이 생명이다.

이종훈 사회1부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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