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혐의자 금융정보조회 논란…"사유재산권 침해 소지"

입력 2003-11-13 17:51수정 2009-10-0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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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혐의자의 금융 거래정보를 일괄 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법률 전문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개정안 중 ‘탈루 혐의’만 가지고도 조회할 수 있도록 규정된 부분은 사유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소득세법 개정안=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이 7일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은 부동산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세금을 빼돌린 혐의자에 대해 금융회사 본점에서 금융정보를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이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과 관계없이 국세청장이 부동산 투기혐의자에 대해서는 본점과 지점을 가리지 않고 모든 자금 흐름을 파악하겠다는 것.

개정안에 따르면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대상인 △1년 이내 단기 양도 △미등기 양도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 △실거래가 6억원이 넘는 고가(高價) 주택 보유 △투기지역 안 부동산 거래에 대해 일괄 조회가 허용될 예정이다.

▽국세청에 과도한 재량권=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김문희(金文熙) 수석전문위원은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김 위원은 “‘명백하고 특정적’인 조세탈루가 없는데도 투기지역 안의 부동산을 거래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금융 거래정보 전체가 세무당국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탈루 혐의를 근거로 세무당국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계좌 추적이 이뤄지는 탓에 선량한 부동산 거래자도 부당하게 자금 흐름을 추적당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즉흥적이고 대증(對症)적인 정책수단으로 제안된 일괄 조회가 부동산 투기근절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에 적합한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실명법 체계 훼손=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은 부동산 투기를 차단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금융실명법의 체계를 뒤흔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소득세법 개정안에는 △명의인 통보 △제공 정보에 대한 기록과 보존 △목적 외 이용금지 규정 등 금융실명법의 원칙이 반영되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車興權) 변호사는 “국세청장에게 지나치게 포괄적인 권한을 주는 내용이어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자칫 정치적인 의도로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에서 국세청장이 요구할 수 있는 금융정보
목적 및 용도요구방법 및 제공범위법적 근거
·조세탈루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할 때·금융회사의 장에게 일괄 조회·과세자료의 제출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6조
·상속세 또는 증여세를 결정, 경정하기 위해 조사할 때·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83조
·원천 징수 세액의 확인 및 결정·원천 징수 의무자에게 요구 (본점, 전산조직 등이 제출)·이자 및 배당소득 지급 관련 서류·소득세법 제164조
자료: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차지완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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