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내가 민주당 분당을 원한 게 아닌데"

  • 입력 2003년 11월 12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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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을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갖고 지방분권 3대 특별법, 한-칠레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4대 농어촌지원 관련법, 부동산 대책,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오전 7시10분부터 약 90분간 진행된 간담회 첫머리에서 노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위한 긴밀한 정책공조 차원에서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을 건네자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의장은 "대환영"이라고 응대했다고 권오규(權五奎) 청와대 정책수석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말미에도 한나라당 입당 문제를 다시 거론하면서 이 의장에게 "당에 가서 한번 상의해 봐라"고 재차 농담했으며, 이 의장은 "갑자기 여당되는데 반대할 일이 있느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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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측근비리의혹 특검법 통과 등으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첨예하게 대립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이같은 농담을 한 것은 민생과 경제에 주력하겠다는 뜻과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력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신행정수도 입지를 총선 전 확정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내년 2월까지 확정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한나라당이 정치적 계산을 잘해야 한다"고 관련법의 국회 조기처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협력을 압박했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와 관련,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장은 국민의 정부 때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MD)에 반대한 점을 들어 "전투병 파병을 반대해도 한미공조에 금이 가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입장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 전투병 파병을 하면 역사에 큰 죄일 뿐 아니라,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민주당 김영환 의장과 헤어지며 민주당의 분당과 신당 창당에 대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나도 이게 잘 되어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배신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들으니…"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당선됐을 때의 이런 정치적 구도를 가지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만나서 대화를 해보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간담회 중 김영환 의장이 신당 창당을 '역사적 비극'이라고 말한 데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간담회가 끝난뒤 자리에서 나오며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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