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50억 車싣고 달려보자” 현장검증 싸고 갈등

입력 2003-11-11 18:39수정 2009-09-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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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현대비자금 200억원 수수 여부를 가리기 위한 현장검증이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 충돌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黃漢式) 부장판사는 11일 권 전 고문에 대한 5차 공판에서 “현장검증의 구체적 방법에 대해 검찰과 변호인의 주장이 엇갈려 협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현장검증은 권 전 고문의 변호인이 지난번 공판에서 “현대측이 현금 40억∼50억원을 승용차에 싣고 와 김영완(金榮浣·해외 체류)씨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당시 상황을 재현해보자고 요청해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이루어지게 된 것. 김씨는 권 전 고문의 비자금을 세탁해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날 변호인측은 △여러 정황상 돈이 전달된 시점으로 보이는 토요일 오후에 △현금 2억원씩이 든 똑같은 크기의 상자 25개를 다이너스티 리무진에 싣고 △돈 전달 경로인 현대 계동사옥∼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강남구 압구정동을 따라 △시속 60km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지를 검증하자고 주장했다.

특히 변호인측은 돈 전달 요일과 관련해 “돈 전달 경로에 직접 연루된 4명이 모두 한국에 있었던 시점 등을 따지면 토요일밖에 없다”며 “토요일 오후 압구정동 일대는 매우 붐비기 때문에 상식적으로 그런 곳에서 수십억원의 돈을 전달했을 리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측은 △돈 전달 시점을 토요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평일에 △현금 2억원과 3억원이 각각 담겨진 20개 미만의 서로 다른 크기의 상자를 싣고 △돈 전달 경로의 일부 구간에 대해 △시속의 제한 없이 잘 굴러가는지를 검증해 보자고 반박했다.

상자의 개수와 크기가 쟁점이 된 것은 다이너스티 리무진이 500∼600kg이나 되는 현금의 무게와 부피를 감당할 수 있느냐가 돈 전달 여부를 밝히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

재판부는 “현장검증에 대한 검찰측의 의견서를 받아 이를 검토한 후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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