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案 재검토]여론눈치… 美눈치… 엎치락뒤치락

입력 2003-11-11 18:39수정 2009-09-28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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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이라크 추가 파병 방침이 11일 열린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기점으로 치안 유지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실장은 이날 파병의 주요 조건으로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강조했다. 이는 비전투병 위주의 3000명 파병안 카드를 접고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해 파병부대를 구성하려 하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는 “한국군이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맡는 ‘포괄적 접근’을 하게 된다면 우리 군의 노하우와 능력을 맘껏 살릴 수 있고 장병들의 안전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미국측에 제시했던 비전투병 위주의 3000명 파병 입장에서 선회해 이처럼 치안유지 중심의 방향을 설정한 것은 대미 파병협의단의 협의 결과와 이라크에 대한 2차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조사단이 바그다드에서 만난 존 아비지아드 미 중부군 사령관은 한국이 비전투병을 파병하려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라크 나시리야 바스라 지역의 부족장들도 한국군이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탈리아군의 지휘하에 있지 말고 독자적인 운영을 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파병의 대의명분이 이라크의 민주발전과 국가재건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볼 때 현지에서 가장 필요한 역할을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공병과 의무 중심의 ‘기능적 접근’이 오히려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현실적 분석도 있었던 것 같다.

정부는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군사위원회(MCM) 회의와 17일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통해 미국과 파병의 구체적 방향에 대한 윤곽을 정할 방침이다.

정부 내에선 향후 비전투병보다는 현지 치안유지를 위한 전투병의 비율을 대폭 높이고 독자적인 책임지역을 관할할 수 있는 규모로 파병부대를 재조정하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군의 한 관계자는 “책임지역을 맡아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하려면 최소 2개 연대 이상(4000∼5000명)의 파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SCM에서 우리 정부가 새로운 파병안을 미측에 제시한 뒤 큰 틀에서 합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안유지군 파병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측의 반대 입장은 여전한 상황이어서 정부의 입장을 정리하고, 미국과의 추가 협의를 통해 파병안을 확정하기까지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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