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입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동아일보 입력 2003-11-11 18:30수정 2009-10-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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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특별검사법이 발효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특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국회가 입법만 하면 특검을 할 수 있는 것인지, 헌재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지금 상황에서 현명한 대응은 아니라고 본다.

검찰은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왔다고 하지만 측근 비리의 진실이 과연 무엇인지 많은 국민이 여전히 미심쩍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검찰 인사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데 검찰이 과연 대통령 측근비리를 제대로 파헤치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특검법안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은 결국 이런 민심의 반영이라고 봐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한 야당의 이해관계가 특검법안에 작용했다는 점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 핵심은 진실 규명이다. 그렇다면 입법부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한다면 오히려 혼란이 가중될 수도 있다. 헌재에 의해 특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특검법은 이미 성립됐는데 특검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헌재의 본안(권한쟁의) 심의에는 수개월이 걸리는 것이 보통이므로 특검 실시 여부에 대한 헌재의 결정은 총선이 끝난 뒤에 나올 수도 있다. 그때까지 여야는 공방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울 터인데 검찰까지 그 판에 끼어들어서야 되겠는가.

헌재가 국회의 손을 들어줘 특검이 원안대로 실시될 경우 검찰의 사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검 수사과정에서 측근비리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기라도 한다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생각한다면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재고하는 편이 옳다. 입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특검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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