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민주화 카드’ 먹힐까…아랍권 냉담

입력 2003-11-07 18:51수정 2009-09-2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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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자유 이라크 건설은 전 세계 민주주의 혁명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미국은 중동 민주화를 위한 진전된 전략을 새 정책으로 채택했다”고 선언했다.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미국의 이라크 주둔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이라크에서 사망자가 늘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세운 ‘국면전환용 카드’지만 여론과 중동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량살상무기에서 민주화로 명분 전환=부시 대통령은 이날 민주주의기부재단(NED) 연설에서 “60여년간 서방 국가들이 중동 국가의 자유 부재를 용인한 결과 (거꾸로) 우리가 안전하지 못하게 됐다”며 “장기적인 국제정세 안정은 중동 민주화를 통해서만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에서 민주주의 건설에 실패하면 테러를 부추기고 미국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키는 한편 중동 주민 수백만명의 희망이 꺾일 것”이라며 “자유 이라크 건설은 전 세계 민주주의 혁명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에서 전쟁의 명분을 찾아왔는데 이제부터는 ‘이라크 민주화’로 명분의 무게 중심이 옮아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은 아직까지 명백한 WMD 증거를 찾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 민주화의 필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해 왔지만 이를 전면으로 내세워 정책화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중동권 반발… 여론 냉담=외신들은 이날 연설의 배경을 “수렁에 빠져드는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백악관의 전략 수정”이라면서 “미국 국민의 자유에 대한 사랑에 호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론과 중동권의 반응은 차갑다.

중동권 인사들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중동 독재자들과 손잡았던 수많은 전례와 노골적인 친(親)이스라엘 정책, 이라크 침공 등을 들어 부시의 중동 민주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한 아랍계 언론인은 “부시 대통령은 중동 국가의 민주화 정도를 친미(親美) 정도에 따라 판단한다”며 “이번 선언은 아랍권의 신뢰 상실을 자초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치운동가 모센 알 아와지는 “미국의 관심은 식민주의 아니냐”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이날 선언에 대해 ‘현실 인식 부족’이라고 혹평했다. 보수 논조의 워싱턴 포스트는 7일 “부시 대통령은 이상주의에 치우쳐 미국이 대(對)테러전에서 독재국가들과의 동맹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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