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기금 '먼저 챙기면 임자'

입력 2003-11-03 18:29수정 2009-09-2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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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적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유령회사에 수출한 것처럼 속이는 등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악용해 수출보험기금 5000만달러(약 594억원)를 가로챈 수출 사기범 2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지검 외사부(민유태·閔有台 부장검사)는 허위 수출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 등으로 수출보험기금을 가로챈 20개 업체를 적발해 T사 감사 박모씨(58)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7명을 지명수배했다고 3일 밝혔다.

검찰은 또 수출사기에 가담한 한국수출보험공사 직원 3명을 적발해 수출신용보증서를 부정 발급해 준 대가로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모 팀장(42)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부산지사장 정모씨(51)를 불구속 기소했다.

▽수출사기 백태=H사 공동대표 이모씨 형제는 지난해 5월 필리핀의 유령회사와 허위 수출계약을 체결한 뒤 수출보험공사 부산지사에서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 환어음 매각을 통해 50만달러를 챙기는 등 모두 47차례에 걸쳐 2091만달러(약 248억원)를 가로챈 뒤 미국으로 달아났다.

달아난 무역업자 문모씨(44)는 지난해 5월 중국 수입상과 섬유원단 수출계약을 하고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빈 상자와 쓰레기를 선적해 수출하기도 했다. 구속기소된 안모씨(50)는 수출보험공사에서 5억3000만원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은 뒤 지난해 8월 브라질 수입업체와 짜고 1억800만원인 수출품 가격을 3억9000만원으로 부풀려 기금을 편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출보험기금은 눈먼 돈?=한국수출보험공사는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금융대출의 형태로 수출신용보증제도를 운영해 왔지만 취약한 제도로 인해 악덕 업자들의 범죄의 표적이 됐다.

이번에 적발된 사기사범들은 수출보험공사가 발급한 수출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수출업체가 은행에서 빌린 돈을 갚지 않으면 수출보험공사가 대신 갚는 점을 악용해 수출보험기금을 가로챘다.

이 같은 수출사고로 인해 수출보험공사는 한 해 평균 3000억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지만 회수율은 20%에 불과한 현실이다.

민유태 부장검사는 “불법수출 대부분이 신용장 방식(LC)이 아닌 대금 지불을 수입사의 자력에 의존하게 되는 외상거래 방식(DA)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수출자와 수입자에 대한 신용평가가 형식적인 서류심사로만 이뤄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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