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댓살 배기 과외하기’ 사이버 캐릭터들 “활약”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성화유치원에서 사이버 캐릭터 ‘알피’와 유치원생들이 어울려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김진경기자 kjk9@donga.com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강동역 부근 성화유치원. 유치원생 113명이 줄지어 앉아 있는 강당안으로 캐릭터 인형이 들어오자 유치원생들은 “알피다”라고 소리치며 기뻐했다. ‘알피’는 미국 유치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영어교육 사이트 ‘클레버아일랜드’(www.mycleverisland.com)의 사이버 캐릭터.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솔빛미디어에서 캐릭터를 직접 만나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바람도 충족시키고 사이트도 홍보할 겸 유치원을 방문해 ‘영어동요를 부르고 알피와 춤을’행사를 갖고 있다.》

강사 황주연씨(32)가 영어로 “어디서 봤어요?”하고 묻자 일부 아이들이 “컴퓨터에서”라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알피’는 황씨가 아이들과 함께 영어동요 ‘Twinkle, twinkle little star’와 ‘Hickory, Dickory dock’을 부르는 동안 유치원생에게 박수를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었다.

황씨는 “e로 시작되는 영어단어 한두개는 그 자리에서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요즘 유치원생의 영어실력이 높다”고 감탄했다.

‘알피’를 비롯해 ‘캡틴’ ‘루시’ ‘메리’ ‘부와’ ‘쿠알라’ ‘둘리’ ‘열무’ 등 교육사이트의 사이버 캐릭터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교육사이트들이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만든 캐릭터들이 학습도우미 역할을 넘어 실제 친구로 착각할만큼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알피’는 아홉살로 장래 희망은 탐험가. 아이들은 알피를 따라가면서 ‘뚝딱마을’ ‘탐험마을’ ‘생각마을’ ‘모험마을’ 등 모험과 환상의 세계로 빠진다. 실제로 ‘알피아 사랑해’ 코너에는 알피에게 보내는 사연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알피오빠 안녕? 나는 지은이 언니 동생인데 우리 언니가 오빠한테 편지를 많이 써서 나도 한번 써봤어. 오빠는 아홉살이지? 나는 이제 여덟살이야….”(김정은)

“나도 너희네 가족처럼 착하게 지내고 싶어.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자주 싸우셔서 그렇게 될 수 없거든…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어. 너는 강아지인데도 왜 학교에 가니? 답장을 좀 써 줘.”(김민지)

지능개발 사이트 ‘씨앗키즈’(www.siatkids.com)는 과목별로 지정된 캐릭터 ‘캡틴’ ‘루시’ ‘메리’와 함께 공부하도록 돼 있다.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부여받았는데 캡틴은 무언가 결정을 내려야할 때 “여기엔 무엇이 필요할지 생각해보자” 등 능동적이며 결정을 잘 내리는 성격. 키즈클럽 내의 키즈낙서장에는 “메리 사랑해” 같이 캐릭터에게 보내는 글들이 가득하다.

놀이 사이트 ‘부와쿠알라’(www.boowakwala.com)에는 ‘부와’라는 개와 ‘쿠알라’라는 코알라 캐릭터가 등장한다. 캐릭터들이 직접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 편지쓰기 코너를 통해 아이들은 ‘부와’와 ‘쿠알라’에게 편지를 보낸다.

한글학습 사이트 ‘아리수한글’(www.arisu.co.kr)은 둘리만화 주인공들이 등장해 마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마고치와 아바타를 합쳐놓은 사이버 동생인 ‘열무’라는 캐릭터가 재미를 더한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