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태양의 전사'/진정한 '승리의 길'

  • 입력 2003년 1월 28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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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방학 처음으로 학원 종합반에 다니게 된 중 3 딸애가 푸념을 한다.

“옛날 사람들은 좋겠다. 공부 안해도 되고….”

“옛날? 어느 옛날?”

“한 천년쯤 전에…, 아니 아니 이천년쯤 전에......”

에고, 기원전 3000년 수메르 시대에도 수업시간에 졸던 녀석에게 매를 들었다는 기록이 있다는데, 니가 뭔가 한참 착각을 하는구나.

기원전 900년에 살던 ‘드렘’이라는 아이를 딸애에게 소개한다. 책 속의 나이는 아홉 살이지만 지금과 그때의 평균 수명을 감안한다면 ‘사춘기’라는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드렘은 지배 부족의 막내아들로 어리광쟁이였지만, 어느 날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대화를 엿듣고는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드렘은 왼쪽 팔을 쓸 수 없는 장애를 지녔다. 지금 우리가 오른쪽, 왼쪽이라 하는 것을 ‘검방향’ ‘방패방향’이라고 하는 수렵 시대에 한 쪽 팔을 쓸 수 없다는 것이 가진 무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일 게다. 그 무게에 짓눌려 드렘은 무작정 숲으로 도망을 친다. 절대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아까보다 더 빠르게 정신없이 달렸다. 두껍고 뻑뻑한 어둠뿐이었다. 나무들 사이 저만치서 웃음소리가 난 것 같았다. 기분이 메스껍고 목구멍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37쪽)

하지만, 드렘은 ‘탤로어’라는 좋은 스승을 만나 한 발짝씩 앞으로 나가는 방법을 배운다. 검 대신 창을 쓰고, 좋은 사냥개와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과 주위의 냉정한 시선을 온 몸으로 밀쳐내는 법도 배운다. 이쯤 되면 자신의 늑대를 잡아 당당한 ‘전사’가 되는 일은 문제가 없다고 안도 할 무렵, 드렘은 ‘자신의 늑대’를 잡는 일에 실패하고 만다. 부족에서 쫓겨나 양치기 무리로 떠날 때 드렘이 하는 말이 귀에 쟁쟁하다

‘할아버지 말을 들은 이후로 다시는 어린애가 될 수 없었어요.(중략) 그 때부터 난 싸웠어요. 지난 여섯 해 동안 내가 싸워 왔다는 건 태양신도 알아요. (중략) 이번엔 다시 돌아올 수 없겠죠.’ (216쪽)

“이때는 늑대가 대학이네.” 딸애의 어이없는 비유에 피식 웃고 말았다. 결국 드렘은 자신의 시련을 남보다 더 힘들지만 멋지게 극복해낸다. 자신이 극복해야 할 것이 ‘늑대’나 ‘대학’이 아니라 혼자 걸어가는 외로움과 두려움이라는 걸 딸애는 책 속에서 느꼈을까? 느꼈겠지…로즈마리 셧클리프 글, 찰스 키핑 그림, 이지연 옮김 343쪽 9000원 비룡소 2003년 1월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일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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